성장이라는 착각

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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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자로 일하고 계신 안호기 작가님의 <성장이라는 착각>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작가님의 프로필은 자세히 읽지도 않고, 책 제목만 보고 경제학자가 쓴 책인 줄 알았습니다. 보통 학자들이 쓴 책은 너무 이론에 치우쳐져 있어서 재미가 없는 편인데, '어? 생각보다 재밌네? 누가 쓴 책이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 날개를 보고 작가님의 이력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이제 성장을 끝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선언합니다. 탈성장을 공론장으로 끌어내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성장을 위해 환율을 방어하고, 기업에는 특혜를 쏟아부었다는 점을 낱낱이 이야기하는데요. 성장을 위해서라면 노동자 몇 명의 목숨쯤은 가벼이 여기기도 한 것 같다는 부분에서는 저도 큰 공감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분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게 사실 우리나라의 민낯이지요. 저도 작가님이 우리나라가 성장하면서 겪은 모순에 대해 언제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점점 책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자본주의는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들께 이 책은 맞지 않아요. 저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문제가 있지 않나? 성장은 있지만, 정작 질적인 발전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읽기에 무척 좋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또 좋았던 점이 '환경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지구가 처한 위기가 절박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과연 이대로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성장만 생각하는 게 맞을까하는 의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작가님은 조만간 고갈될 자원이 수두룩하며,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로 심각한 기후변화가 발생했다고 씁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현재 세대가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도 미래 세대의 발전 가능성을 보호하는 형태의 발전이라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동안 전기차가 환경문제와 별로 관계가 없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는 데 전기차가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탄소 배출량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가 바로 전기차라고 이야기해요. 전치가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환경오염과 인권침해 문제를 일으키키기 때문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코발트, 리튬, 회토류 등 원자재로 만들어지는데, 이 같은 광물을 채굴해서 추출, 제련하는 과정에서 수질 및 대기 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를 구매하겠다는 지인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알려주면서 꼭 말리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성장의 문제점만 줄줄 나열하지 않습니다. 탈성장 시대 개인과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무한한 경제 성장은 환경 파괴와 불평등 심화,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 중심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탈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탈성장 시대에는 지속 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를 해야한다는 게 작가님의 생각입니다. 탈성장 시대를 사는 시민은 지역사회에 참여해 주민들과 협력함으로써 연대감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되지'라는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팽배해진 상황이라, 주변은 커녕 환경 파괴에 대해 크게 심각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장이라는 착각>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만들어 주는, 현 시대에 꼭 필요한 책입니다. 꼭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잘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요즘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께 <성장이라는 착각>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