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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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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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루는 언제나 집의 덧창이 뜨겁게 달궈지는 시각에 시작된다햇빛이 우리 집을 첫 상대로 해서 원무를 추기 시작하기 때문이다빅토르는 발자크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실내 가운을 걸치고 있다대신 빨간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다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의 눈빛은 항상 조금은 험상궂은 편이다양미간의 주름은 평소보다 깊고입은 굳게 닫혀있다.

 

-23 p / <육체노동자

 


 

 

저는 프랑스 현대소설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프랑스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이 소설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육체노동자>는 프랑스 여성 작가인 클레르 갈루아의 작품인데요. 열림원 프랑스 여성 작가 시리즈 중 9번째로 출간된 소설입니다. 제목이 육체노동자여서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조금 무겁고 진지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사랑에 대한 소설이었어요. 그것도 지독하고 아프고 괴로운, 너무나 외로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짜여있는 건 아니에요. ‘빅토르라는 한 남자를 너무나 사랑하는 크리스틴의 마음이 책 한권에 절절하게 드러나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이 소설은 무척 특별합니다. 뻔한 로맨스는 아닌데,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육체노동자>에는 빅토르를 10년 동안 사랑해온 크리스틴의 마음이 절절하게 들어있습니다. 빅토르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크리스틴의 마음을 깊게 받아준 적도 없고, 크리스틴만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틴은 하필 그 많은 남자들 중에 빅토르를 사랑합니다. 사실 독자들 역시 크리스틴처럼 한 번쯤 지독하고 아픈 사랑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은 미칠 듯이 사랑하지만, 정작 상대방은 그 사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처음부터 쌍방향이라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지요. 크리스틴은 빅토르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10년 간 스무명이 넘는 애인들도 만들어나가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남자들이었을 뿐, 진정한 사랑은 빅토르였습니다.




 

이 소설의 결말은 빅토르와 크리스틴의 사랑이 아름답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한 빅토르를, 크리스틴이 묻어주는 것으로 끝이 나지요. 지독하게 사랑했고, 그 사랑의 결실을 맺은 적도 없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을 끝내야 하는 크리스틴의 상실감과 슬픔이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나 잘 느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정도였습니다. 그다지 슬픈 내용이 없음에도, 담담하게 나아가는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울리는 것 같습니다. 클레르 갈루아 작가님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무척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은 결코 행복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반드시 아픔과 상실이 수반되지요. 그런 면에서 <육체노동자>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그 진짜 모습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독자들, 프랑스 여성 작가의 아름답고도 독특한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클레르 갈루아의 <육체노동자>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여담이긴 한데, 번역도 참 좋아요. 오명숙 번역가님의 다른 번역 작품들도 찾아 읽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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