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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북유럽 #침묵하라그리고말하라 #법정 #열림원

말이 적은 사람,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도 이제 가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말수가 적은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고 싶어진다.
-78p /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스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맑은 글이 저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고 더 이상 신간이 출간되지 않아 스님의 글을 잊고 살았는데요. 최근에 열림원에서 법정 스님이 생전 쓰신 글들을 모아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표지도 법정 스님의 글처럼 무척 담백합니다. 하얀색 바탕에 법정 스님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 그리고 은색 글씨로 박혀 있는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라는 문구도 참 멋있습니다. 소장용으로도 좋겠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은 이 책에서 ‘침묵’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많은 말을 즐기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가 비록 경탄할 만한 것을 말한다 할지라도 내부는 비어있다고 단호하게 꼬집는데요. 그래서 법정 스님은 무엇보다도 침묵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침묵은 온갖 이해관계를 넘어선 평화이고, 침묵 속에서 인간은 과거와 미래의 세대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법정 스님은 이 책에서 계속 쓰고 있어요. 침묵을 한 뒤에 하는 말과, 생각나는대로 하는 말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소위 ‘인싸’라고 해서 어디서든 말을 많이 하고 잘 나서야 주목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저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할 말이 없으면 차라리 침묵을 하는 게 낫고, 쓸데없는 말을 하면 사실 후회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법정 스님의 글은 요즘 사람들이 동경하고 선호하는 사람의 유형은 아니지만, 진짜 ‘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되는 불교 경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하고 싶습니다. 법정 스님은 불교 경전에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이 책에서 썼는데요. 말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구절이었습니다. 말의 무게가 없는 언어는 상대방에게 메아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침묵’과 ‘말’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훌륭한 메시지들도 담겨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흐르는 물처럼 늘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썼습니다. 저는 요즘 타성에 젖어 늘 고여있는 지루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 삶의 방향성을 생각해보고, 더 긴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정 스님의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참으로 좋은 글들로 엮여 있습니다. 저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다 읽었는데, 글밥이 많지 않아서 읽기가 편해요. 현재 삶의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분들, 마음이 혼란스러운 분들, 외로운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