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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평점 :
1984
#북유럽 #조지오웰 #1984 #열림원 #소설
윈스턴은 위더스가 왜 숙청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부정이나 잘못을 저질러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부하가 너무 인기가 많아지자 빅 브라더가 제거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위더스나 측근에게서 이단 성향이 감지됐는지도 몰랐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그러한 숙청과 증발이 정권에 꼭 필요한 동력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59 / 1984 / 열림원

조지 오웰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고전으로 꼽히는 소설 <1984>가 열림원에서 최근에 출간되었습니다. 물론 <1984>는 워낙 대작이라 이미 시중에 많은 번역본이 있긴 하지만, 저는 새로운 번역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현 시대에 맞는 번역본이 아무래도 더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림원은 제가 예전부터 신뢰하고 있던 출판사여서 이번 번역본도 큰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매끄럽게 잘 번역되어서 무척 만족했습니다.

<1984>의 시간적 배경은 1984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현대를 투영한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는 과연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의 행동, 생각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는 단순히 생각,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의 환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인터넷, AI 등이 발달하면서 편리한 점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우리 삶을 통제할 수 있는 무형의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하고 있지요. 이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정보가 상품화되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따라서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라는 존재가 우리 삶 속에서 실제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84>에는 기억의 조작, 배신, 자유의 통제와 같은 묵직하면서 심오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플롯은 복잡한 편이 아니라서 중고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1984>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윈스턴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마치 저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어쩌면 누군가가 이미 잘 통제해놓은 세상 속에서, 이미 정해져 놓은 기억 속에서 발버둥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하는 씁쓸한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84>는 줄거리만 보아서는 안 되고, 직접 읽어보셔야 그 묘미와 조지 오웰의 세상을 바라보는 놀라운 통찰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최근 출간된 열림원 버전의 번역본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저 말초적이고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세상에, 이런 소설이 다시 번역되어 세상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기뻤습니다. 소설다운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게 열림원 <1984>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