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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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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많은 고난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두근거림 증상이 생긴 건 본인에게나 의사들에게나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니었다. 트럼프가 나의 아버지에게 설명한 바로는, 그는 어느 유난히 더운 날 아침에 팜비치에서 골프를 치다가 처음으로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다.
-29 p / 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가 쓴 <홈랜드 엘레지>는 미국을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그래서 소설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것이 '서곡: 미국에게'라는 글입니다. 저는 본문보다 이 글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미국에 대한 솔직한 인상이 나오는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911테러를 거쳐 트럼프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심장 주치의가 나오는데요. 이 주치의를 아버지로 둔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 극작가가 바로 아야드 악타르입니다. 바로 이 악타르가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악타르는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부모님이 파키스탄 출신입니다. 미국인에 대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참으로 모호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방인, 이민자가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이 무엇인지가 이 소설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경제,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면모만이 미국의 전부가 아니지요. 이 소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미국의 이면을 파헤쳐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소설, 에세이, 논픽션 등이 뒤섞여 있는 듯한 신비로운 인상을 받습니다. 흔히 미국에서는 열심히만 한다면 무슨 꿈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는 환상이 있습니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지요. 이 소설에서는 트럼프 시대에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지, 블랙유머와 함께 그 실체가 드러납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보고 들은 미국에 대한 체험이 실감나게 들어 있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홈랜드 엘레지>는 처음 도입부가 조금 특이해서 읽는 게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읽다보면 제가 알지 못했던 미국 이야기에 푹 빠져들면서 종횡무진 미국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악타르의 부모님은 파키스탄인이기 때문에 악타르도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늘 갖고 있음에도 파키스탄의 역사와 미국을 같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점에서 읽는 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에서 아야드가 무슬림 혐오 사건을 무슬림의 입장에서 봐야할지, 미국인의 입장에서 봐야할지 생각하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인 아야드 악타르는 미국 내 인종 차별, 종교, 경제, 이민자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글을 쓰는 작가여서 그런지 <홈랜드 엘레지>도 미국의 실상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미국에 대해 알고 싶은 분, 세계 정세와 뉴스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도 이 재미있는 소설을 강력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