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 - 치유할 수 없는 질병
슬라보예 지젝 지음, 노윤기 옮김 / 현암사 / 2025년 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칸트에게 자유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의무를 위해 자신의 자발적 본능을 고통스럽게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깊은 자유는 내면의 필연성으로 경험된다. ('나는 이것을 해야 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셸링은 이처럼 상반된 것들의 일치를 자신의 예술 철학을 통해 발전시켰다. 창작 과정에 있는 예술가들은 가장 깊은 의미에서 자유롭지만, 동시에 오로지 자신의 내면 충동에 의해서만 나아갈 바를 알게 된다.
205 p / <자유> / 현암사 / 슬라보예 지젝 /

저는 '현암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좋아합니다. 출판사들은 대체로 독서 시장의 '유행'을 무시할 수 없고,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 그와 비슷한 책들을 출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암사는 뚝심있는 자세로 꾸준히 해외 양서들을 번역, 출간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늘 '멋진' 출판사라고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슬라보예 지젝의 <자유>도 제가 현암사에 늘 갖고 있던 기대에 충분히 미치는 책이었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위 '철학'으로 분류되는 책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크게 히트를 칠만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출간을 망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현암사에서는 당당하게 슬라보예 지젝의 <자유>를, 철학을 전공한 노윤기 번역가의 뛰어난 번역을 거쳐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역시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감탄을 내뱉으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를 꿈꿀 것입니다. 하지만 '자유'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정말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 책에서 사회적 공간 안에서 우리는 언제나 추상적 자유와 구체적 자유의 긴장 속에 있다고 씁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매개하는 소외된 기관들인 시장, 국가, 대의민주주의 등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자유를 매개하는 불가피한 조건인지, 아니면 자유를 억압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뿐인지 말입니다. 우리는 자유의 경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이며, 혹은 어떻게 제한해야 할 것인지도 묻습니다. 역시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지성인다운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전반부에서 자유 그 자체를 논합니다. 후반부에서는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는 자유와 부자유 그리고 그것이 초래하는 사회적 혼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솔직히 지젝의 글이 쉽지는 않습니다. 라캉의 철학을 모른다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많은 영화와 소설 그리고 심리학 이론(프로이트 등)에 대해서도 쓰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베이스가 없다면 조금은 읽는 게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문학 지식을 갖춘 독자라면 이토록 자유에 대해 대담하고 멋진 사고를 펼쳐나가는 책이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슬라보예 지젝의 천재적인 생각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 책을 읽을까?'라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먹고, 자고,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생각할 줄 알고, 자유를 꿈꾸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자신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유를 추구해 나갈 것인지는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슬라보예 지젝의 <자유>는 인문학 공부를 하는 지성인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오랜만에 머릿속이 상쾌한 기분이 들었고, 저의 나태한 일상을 뛰어넘고 싶다는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자유'에 대한 심도있는 책을 찾으신다면 슬라보예 지젝의 <자유>를 꼭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자유 #현암사 #철학 #슬라보예지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