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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유전자 - 너와 내가 생겨난 40억 년의 진화 이야기
애덤 러더포드 지음, 안주현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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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할 때, 지구에 닿는 태양 빛의 양이 계속 달라집니다. 기울어진 자전축 때문에 여름에는 태양 빛을 더 많이 받아서 더워지는 거예요. 달과 태양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25 p / <편견없는 유전자>
다산북스의 신간 <편견 없는 유전자>는 초등학생부터 과학에 흥미가 있는 성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놀라운 책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편견 없는 유전자>를 읽을 때 어렵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만약 제가 어릴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지금쯤 유전학을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신기한 지식들을 알게 되어 가슴 뛰는 경험을 하게 된 건 참으로 오랜만의 일입니다. 과학 지식을 단편적으로 나열한 시시하고 재미없는 책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몸속 구석구석에 인류 역사 전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놀라운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과학이란 어려운 수학과 접목된, 현실과는 조금 괴리된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이 어떤 학문보다도 우리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며, 역사나 문화와 같은 인문학과도 가까운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학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학문이라는 점이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애덤 러더퍼드 작가님은 이 책의 27쪽에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자신의 연구에 대해 매우 깊이 생각하지만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전체에서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밝혀진 내용을 '외우고 배우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책은 어려운 이론으로 무장된 책이라는 편견이 이 책을 통해 깨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생명과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외울 것이 많은 귀찮은 암기과목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명과학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꼭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생물의 기본 규칙 첫 번째로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했습니다.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이면서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단세포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고, DNA를 갖습니다. DNA는 데옥시리보핵산의 약자라고 하는데요. 작가님은 이 단어를 말하면 사람들이 당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할 거라고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작가님의 유머가 적절히 섞여서 독서 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몸 속과 몸 표면에는 세포 수보다도 더 많은 세균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생명체에 대한 놀라운 진실, 과학을 공부할 때 억지로 외우기만 했던 이론들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알려주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편견 없는 유전자>는 그동안 간행되었던 수많은 과학책들에 나오는 지식들을 뻔하게 다시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피부색'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님의 유연한 사고를 보여줍니다. 작가님은 영국의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유럽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과학자 린네를 이야기할 때, 린네가 유럽인들이 세계를 탐험하며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을 점령하던 시기에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사람을 분류하는 데 사용하던 것이 피부색이었는데, 작가님은 아무리 오래전의 일이라고 해도 정말 어리석고 무의미한 분류였다고 비판합니다. 이 책의 곳곳에서는 이렇게 고정관념을 깨는 과학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작가님의 생각이 멋지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는데, <편견 없는 유전자>를 읽으며 작가님의 열린 사고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편견 없는 유전자>는 과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의 편집도 무척 훌륭합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컬러와 삽화가 적절하게 들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영상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들은 책에 활자만 있는 것을 재미없게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은 영상보다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성인 독자의 경우는 저처럼 과학 이론에 대한 편견, 오해를 이 책을 통해서 없앨 수 있으니 흥미가 배가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유머 넘치고 과학 지식을 인간의 역사와 함께 멋지게 엮어 쓴 책을 만나 기뻤습니다. 애덤 러더퍼드 작가님의 차기작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