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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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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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2부는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건 '괴물이 말을 한다'는 점이다. 많은 영화화 판본들이 괴물의 거대한 덩치, 흉측한 외모, 파괴적인 힘을 강조하는 것과는 다르다. 원작 소설은 '괴물의 목소리'를 강조한다. 거기에는 괴물의 고통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뇌이고 고통이다. 오랜 추적 끝에 창조자를 만난 괴물이 창조자에게 요청하는 것도 딱 한 가지다. 자신이 그동안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를 들어달라는 것.


87 p / <막막한 독서>


오랜만에 수준이 높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읽기'에 대한 책을 만났습니다. 시로군의 <막막한 독서>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텍스트들은 <돈키호테>, <안나 카레니나> <골짜기의 백합>, <프랑켄슈타인>, <목로주점>, <산시로>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말테의 수기>, <제인 에어> 등과 같은 세계 명작들입니다. 책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작품들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책들을 실제로 완독한 사람들은 드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언젠가는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들인데라며, 마음의 부채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정작 세계문학이라고 불리우는 작품들 중에서 끝까지 읽은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세계문학을 읽어야 할 시간에 당장 취업에 관련된 공부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독서를 미루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쓴 시로군 작가님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책보다는 영상이, 문학보다는 실용적인 공부가 더 각광받는 시대에 세계문학을 성실하게 읽고, 책까지 집필하다니요.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막막한 독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쓴 시로군 작가님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오랜시간 인문학을 공붛나 분이라 그런지 확실히 글쓰는 실력이 남다릅니다. 그리고 세계문학 읽기 모임의 기획과 진행을 맡고 계시다고 합니다. 저도 예전에 독서모임에 잠깐 나간적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권을 읽는 게 생각보다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로군 작가님은 독서모임 멤버도 아닌, 리더로서 더 열심히 책을 읽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저 역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독서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막한 독서>에는 단순히 여러 세계문학들이 체계없이 등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읽는 용기', '읽는 힘', '읽는 습관', '읽는 행복' 총 네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하나의 장마다 주제가 있습니다. '고전에 익숙해지기 : 인내', '이야기의 세계관 : 관점', '이야기의 현대성 : 새로움' , '이야기의 가능성 : 발견', '시대와 개인 : 인식', '읽는다는 것 : 의미'입니다. 저는 세계문학이든 요즘 쏟아져나오는 대중문학이든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재미 여부로 작품을 판별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작품에서 1차적인 재미보다는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칩니다. 대학원에서 문학 세미나 수업을 듣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학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읽기 어려운 책은 결코 아닙니다. <막막한 독서>에 언급된 작품들을 읽어보았던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어요. 만약 세계문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해도 <막막한 독서>를 읽다보면 '나도 세계문학을 한 번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잘 쓴 글들이 많습니다.




<막막한 독서>는 소위 '찐' 독서가이자 글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세계문학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책 속에 담아내고, 대학원까지 인문학을 공부하며 훈련된 글쓰기 능력으로 진짜 독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끝내 살아남은 세계문학들을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왜 현대에도 이런 작품들을 읽어야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막막한 독서>부터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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