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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평점 :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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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암으로 가는 길은 성수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한다. 임도를 따라 사찰까지는 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기를 받으러 가는 여정에서는 차곡차곡 땅의 기운을 쌓듯 한발 한발 밟고 올라가야 한다. 지금은 군에서 운영하는 공립휴양림이지만 이 숲을 가꾼 사람은 개인 독림가인 김한태 님이다. 그는 이 일대에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한국의 조림왕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277 p /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 이준휘 지음
최근 이준휘 작가님의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을 읽었습니다. 이준휘 작가님은 낯선 곳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여행 작가입니다.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 <대한민국 자전거길 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최근 집필하신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은 451페이지나 되는 묵직한 책입니다. 하지만 사진이 많아서 읽는 데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페이지가 너무 빨리 넘어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컸을 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즐겁고, 설레는 기분을 느껴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출판계에 이렇게나 멋진 책을 집필할 수 있는 작가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순례라고 하면 보통 종교 성지를 돌아보는 성지 순례를 떠올리게 됩니다. 작가님은 순례를 일반적인 의미에서 확장하여 성지라는 단어에 어울릴만한 장소를 찾아 걷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의 유배길, 건국 신화의 장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전적지를 찾아다니셨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녹색 순례길과 마을 순례길도 기록으로 남기셨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이 바로 이 것입니다. 이 책에는 유명한 역사적인 장소 뿐 아니라 자연, 마을 풍경까지도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에 독자는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풍경조차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녹색 순례길, 마을 순례길, 역사 탐방 순례길, 종교 성지 순례길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며 마치 작가님과 함께 해당 장소를 같이 순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해외에 나가야만 멋진 관광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토록 멋진 풍경들이 있는데 왜 멀리서만 찾으려 했을까요. 저의 어리석음에 후회했습니다. 태백 금대봉 코스 글을 읽을 때는 아름다운 야생화 사진에 마음을 빼앗겼고, 태안 솔향기길 1코스 글을 읽을 때는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야산 소리길 글을 읽으면서 슬프고 심란했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았습니다. 여행 에세이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서 이 책을 잠들기 전까지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사진마다 꼼꼼하게 설명이 달려 있고, 높이나 거리에 대한 수치가 적혀 있어서 제가 책을 읽으며 멋대로 상상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책입니다. 또한 자가용,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 숙박시설, 식당 정보, 경로 안내도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설령 해당 장소를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 해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의 정보가 충분히 담겨 있어서 좋았습니다. 직장만 아니라면 내일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은 장소가 책 속에 너무나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기에,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즐거움을 느껴 보았습니다.
자연, 역사, 종교는 사람과 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의 글들은 작가님의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합쳐져서 아름답고도 깊은 느낌을 줍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준휘 작가님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준휘 작가님의 전작들을 모두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여행'이 주는 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작가님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방방곡곡 숨겨진 명소들을 여행해 보고 싶은 분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인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