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이의 안데스 일기 -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며 쓰다
오주섭 지음 / 소소의책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질이의안데스일기 #오주섭 #소소의책 #신간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아침 7시 50분. 비행기는 리마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옆 좌석에 앉은 미국인은 남태평양의 파도를 즐기러 왔다 했다. 내가 마추픽추에 간다 했더니 지금 갈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관문 공항의 비행기들이 한산하다. 입국 심사자이 한가하다. 짐을 싣고 돌아가는 벨트가 하나만 움직인다. 네 개의 벨트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31 p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 / 소소의 책 / 오주섭 지음




저는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간을 따로 내어 여행을 훌쩍 떠나지 못하는 사회인이 되고부터 한 달에 최소한 두 권 정도 여행 에세이를 읽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제가 가지 못하는 멋진 곳들을 상상하고 간접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외출이 꺼려질 정도로 날씨가 추운 날에는 더욱 여행 에세이를 찾게 됩니다. 비록 현실은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는 글들을 읽으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보다는 따뜻한 나라를 여행한 에세이를 찾고 있었는데요. 마침 이번에 소소의 책에서 출간된 신간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를 읽으면서 남미 지역에 다녀온 듯한 낭만을 느껴보았습니다.


이 책을 쓴 오주섭 작가님은 철학, 문학, 역사, 과학 등의 책을 탐독하시는 박식한 분입니다. 그리고 연암 박지원의 글을 좋아한다고 책의 첫 부분에 쓰셨는데요. 확실히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에도 연암의 글처럼 자유로운 분위기가 풍깁니다. 딱딱한 정보성 여행기가 아닌,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을 솔직하게 쓴 글이어서 좋았습니다. 마치 여행의 현장에서 작가님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치 일기처럼 그 날 쓴 에세이들은 '날짜'가 모두 적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일기라면 이렇게 여행 에세이로 출간될 수 없을 것입니다.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는 소설처럼 흥미롭고 쉽게 읽히면서 여행지의 역사, 문학, 문화 등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페루, 잉카문명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이 책의 2장이 '페루의 사막과 나스카 라인과 쿠스코 광장'이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와키치나 사막의 해넘이 사진도 이 책에 컬러로 들어있는데 사진을 보면서 '와!' 감탄을 했습니다. 리마의 아르마스 광장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스페인이 지배했던 남미의 주요 도시에는 모두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아르마스 광장에서 작가님은 잉카 제국의 피비린내를 맡는다고 썼습니다. 참으로 아픈 역사를, 작가님의 글에서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사로가 페루에 도착하는 모습을 그린 리마 대성당의 벽화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작가님은 프란시스코 피사로에 대한 설명도 글 속에 넣으셨는데, 여행지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여행지와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잉카 제국에 대한 이야기는 3장에서 더 자세히 나옵니다. 이 책에는 마추픽추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신비롭습니다. 잉카 제국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책에도 많이 언급이 되어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보다는 작가님이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이 더 보완되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은 영화, 다큐멘터리, 소설책보다도 더 재미있습니다. 페루, 볼리비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예전에 TV에서 파블로 네루다의 집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설령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다시보기 영상으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작가님이 파블로 네루다의 집을 보고 쓴 이야기를 보니 더욱 관심이 생겼습니다. 라 체스코나가 파블로 네루다가 젊은 시절을 보낸 육신의 흔적이라면, 태평양의 파도가 일렁이는 이슬라 네그라는 그의 시적 영혼이 태어난 자궁이라고 합니다.


칠레 정치사를 장식한 두 인물이 태어난 '발파라이소'라는 도시에 대한 글을 읽을 때도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역시 여행을 하기 전에 이렇게 인물, 역사 등을 미리 공부해둔다면 훨씬 더 풍부한 것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남미 지역의 역사, 문학, 문화 등 인문학적인 지식도 풍부하고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를 인용할만큼 한문 고전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남미 지역을 종횡무진 작가님과 돌아다니며 한껏 보고 듣고 깨닫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신비로움으로 둘러싸인 남미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뛰어난 글솜씨과 인문학적인 소양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습니다. 오주섭 작가님의 여행기가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세계를 여행하시고 지금처럼 좋은 여행에세이들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미 지역에 관심이 많은 예비 여행가분들께도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를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