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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 오앵도 ㅣ 탐 청소년 문학 37
신현수 지음 / 탐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앵도 목소리가 율은 너무 반가웠다. 지금 읽는 책이 뭔지도 금방 알아봤다. 율과 건휘가 마루로 막 오르려는데 이번엔 공주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이고 어떡해! 농사를 다 망친 게야?"
"계속 들어보시어요, 공주마마."
앵도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107 p <책비 오앵도>
로맨스에 역사물이 가미된 소설 장르는 유행을 타지 않고 언제나 인기가 많습니다.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유생의 나날>은 발표된 지 꽤 오래된 작품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 로맨스보다 이렇게 옛 역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굳이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시간을 내어 소설로 읽는 것보다는 제가 잘 몰랐던 역사 속에서 로맨스를 만나는 게 더 설렌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 조선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을 읽고 싶던 차에 신현수 작가님의 <책비 오앵도>를 만났습니다.
<책비 오앵도>는 재미있고 달달한 연애소설입니다. 저는 '책비'라는 직업을 이 소설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책비'는 책을 읽어주는 직업을 말합니다. 책을 읽어주는 직업이라고 하면 왠지 고상하고 멋진 직업 같지만, 조선 시대에는 신분이 낮은 사람이 했던 직업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앵도는 본래 천한 신분이 아니었습니다. 실은 예조 판서였던 윤공회의 4남 1녀 중 외딸이며 본명은 유설영이었지요.
그런데 윤 예판이 주상을 독살하려 한 역모의 주모자라는 누명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설영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아요. 아버지, 오빠들이 참형을 당하고 어머니는 자결을 하고, 친가와 외가 쪽 삼족이 멸해지는 비극을 겪습니다. 그나마 설영은 전라 관찰사의 사노비로 하사되며 목숨을 건집니다. 이때 윤 예판의 막역지우였던 우 대감이 극비리에 설영을 빼내 자결한 것으로 위장시킵니다. 그 후 설영은 '앵도'라는 이름의 책비가 되어 세책방에서 머물게 됩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는 앵도이지만, 성격은 늘 당차고 밝습니다. 사과 받을 일이 생기면 당당하게 따질 줄 알고, 현실에 안주하며 우울해하기 보다는 아버지의 누명을 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세책방에서는 '인기있는 책비'로 활약을 하지요. 앵도의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는데, 사랑 이야기까지 나오니 더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로맨스'이기 때문이에요. 앵도는 자신만큼 책을 많이 읽고 외울 줄 아는 독서가인 세자 율과 점점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데요. 앵도와 율의 만남은 처음부터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지요. 책이 둘을 이어준 고마운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자인 율은 경서, 사서 등도 열심히 공부하지만 <광통교 연가>와 같은, 당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염정소설 또한 재미있게 읽는 진정한 독서가입니다. 조선 사대부들은 소설을 잡글이라고 폄하하며 무시하는 성향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율은 독서에 대해 개방적인 견해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율의 성격도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그래서 앵도와도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을 찾고 계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소설입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달달하고 설렌 기분을 느껴 보았습니다. 그리고 책비라는 직업을 알게 된 점도 좋았습니다. 앞으로 일너 스타일의 로맨스물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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