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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 - 실존주의 철학자가 말하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삶의 연금술
쓰쓰미 구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키르케고르 #실존주의 #철학 # 철학자 #절망 #죽음에 이르는 병
자신의 진심을 깨닫는 방법, 즉 진심으로 사는 삶의 중요성을 일찍이 설파한 철학자가 키르케고르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다." 저는 이 책에서 키르케고르가 되어 이 진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 / 쓰쓰미 구미코 지음 / 전경아 옮김 / 10 p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유명한 저작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저는 이 책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학부 수준에서는 중요한 철학자들의 사상만 공부하다보니 키르케고르의 철학까지 살펴볼 필요가 없었고,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 제목도 무언가 음습한 느낌이 들어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 이런저런 상처를 받으면서 다시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실망을 하면서 철학에 기대고 싶었달까요. 그리고 문득, 키르케고르가 떠올랐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제목이 대학 시절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렇게까지 우울한 제목을 쓸 수 밖에 없었던 키르케고르가 이해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키르케고르의 책을, 사회의 풍파를 거친 뒤에야 읽었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를 읽고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키르케고르의 책을 찾던 중, 눈에 띄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쓰쓰미 구미코의 <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절망을 연구한 철학자에게 배우는 꽉 막힌 인생에서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저는 최근 절망에 부딪히는 일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탐독한 후 '자신의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철저하게 고민하며, 영혼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솔직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깨달음에서 끝내지 않고, 저자는 독자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키르케고르의 사상을, 딱딱한 철학서가 아닌 드라마 대본처럼 대화식으로 풀어나갑니다. 계속 들여다보고 싶은 대화인데, 사실 그 대화는 시시껄렁한 내용이 아닙니다. 저자의 직업이 가족 관계 심리사인만큼, 이 책에는 나름대로 개인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아내에게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는 32세 회사원, 최근 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33세 회사원,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은 45세 주부, 친구들을 모아서 가상화폐 투자 그룹을 만든 46세 독신 남성,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좌천 위기에 처해 있는 38세 영업부 과장 등.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어른들이 이 책에 등장합니다. 이들은 키르케고르와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절망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정합니다.
키르케고르는 실존의 단계를 총 3개로 나누었습니다. 심미, 윤리, 종교가 바로 그것인데요. 저자는 이 책의 68쪽에서 키르케고르가 '종교적 실존'이라고 말한 것이야말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닫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 즉 실존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썼습니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실존철학의 의미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와중에도, 저는 키르케고르가 말한 실존의 단계를 읽으며 무릎을 쳤습니다. 제가 알고 싶던 생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까요? 아직은 저도 1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나약한 사람이지만, 3단계인 종교적 실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은 철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키르케고르 입문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철학이라는 학문을 알기 위한 입문서가 아닌,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며 절망하는 원인을 키르케고르의 입장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상담서입니다. '키르케고르'나 '실존'에 너무 겁먹지 말고, 현재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하는 답답한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 책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해법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