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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 ㅣ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인문교양 시리즈
스티네 옌선 외 지음, 마레이커 클롬프마커 그림, 강재형 옮김 / 니케주니어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2019년 텔레비전 프로그램 <위장 잠입>에서 불법으로 개들을 사고파는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갔어요. 동물을 파는 시장 구석의 자동차 안에 숨어서 강아지가 어떻게 거래되는지 몰래 촬영했지요. 무척 긴장되었어요. 발각되면 큰일이니까요.
23 p /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 / 니케주니어 / 스티네 옌선, 옐리 루트스 글 / 강재형 옮김
윤리학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만을 다루는 단순한 학문이 아닙니다. 해도 되는 것은 왜 해도 좋은지, 하지 않아야 되는 것은 왜 해서는 안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고력을 길러주는 학문입니다. 저는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했는데요. 가장 재미있었던 과목이 윤리학이었습니다. 도덕 사고 실험, 윤리적인 선택의 문제 앞에서 언제나 많은 고민을 하며 답을 찾아야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니케주니어에서 출간한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은 제가 즐겁게 윤리학을 공부했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책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이 책 속에 등장하지만,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두 분입니다. 먼저 스티네 옌선 작가님은 철학자, 작가, 프로그램 제작자입니다. 철학 프로그램,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엘리 루스트 작가님은 암스테르담에서 약 31년간 여성 경찰관으로 근무했으며 '엘리는 순찰 중'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철학자와 전직 경찰관이 쓴 책이어서 이 책에는 윤리의 문제, 법적인 내용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 윤리학에만 치우친 것도 아니고, 현실의 딱딱한 법만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추상적인 철학도, 실질적인 법학도 필요합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내용이 모두 있으니 어린이들이 독서를 하면서 자연스레 균형있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빵을 훔쳐도 되는지,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하기 위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도 되는지, 가족을 위해 대신 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들이 이 책 속에 나옵니다. 엘리 루스트 작가님이 경찰관으로 일을 하면서 실제로 만났던 문제들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누구든 일상 속에서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쉽게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가 소개되고, 다음 페이지에 어린이들이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실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토론 수업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법에는 어떻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 철학자들은 어떤 의견을 내놓았는지도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공부가 됩니다.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은 10대를 위한 훌륭한 철학책입니다. 10대 시절부터 이러한 윤리적인 감수성을 길러야 성인이 되었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성인이 되어 버린다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늘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철학'이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철학만큼 10대 시절 공부할 가치가 있는 학문이 드문데도 말이지요. 그나마 이 책이 출간되어서 기쁩니다. 윤리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청소년들,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자녀에게 알려주고 싶은 학부모님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전보다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깊이있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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