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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그린 화가들
이창용 지음 / 단꿈아이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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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감상하는 우리도 작품 안에 담긴 창작자들의 이야기와 감정에 공감하고 또 교감하려 하는데요. 이런 감정적 교류는 인간과 기계가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예술가와 감상자 사이의 소통'이 존재하는 것이 예술작품이며, 그 안에서 교감을 이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술적 희열을 경험하곤 합니다.
-7p <사랑을 그린 화가들>, 단꿈아이, 이창용

세상사에서 오는 피로가 쌓이면 미술관에 가곤 합니다. 미술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제 삶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관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일정이 빠듯해지면 미술 관련 책을 찾아보곤 합니다. 요즘 미술 작품 해설에 대한 좋은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책이 있어 바로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이창용 작가님이 쓴 책인 <사랑을 그린 화가들>입니다.
요즘은 AI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대라고 합니다. 아무리 AI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미술 전공자가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AI가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무언가 여러 작품들에서 짜깁기를 한 듯한 것 같아 마음에 썩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할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화가의 혼이 담긴 그림에 비견될만한 작품을 만드는 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작품은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데, AI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림을 그려내지는 않을 테니까요. 미술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그림만 감상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화가의 삶을 찾아보며 작품의 탄생 배경을 찾아볼텐데 AI는 채워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랑을 그린 화가들>에는 그림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화가들의 삶이 들어 있습니다. 미술 애호가들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내용입니다. 라파엘로 산치오, 에곤 실레, 프라다 칼로, 이중섭 등 세계적인 화가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아 명화를 어떻게 탄생시켰는지에 대한 사연이 잘 쓰여져 있습니다. 화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모두 감동을 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라파엘로가 연인 마르게리타를 작품 속에 암호처럼 종종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의자의 성모자>나 <성모자와 물고기> 등의 작품 속에 라파엘로의 연인이 성모마리아로 표현되었다고 합니다. 그저 종교적인 작품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 낭만적인 면이 담겨 있습니다.
클림트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클림트는 4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총 245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 중 무려 120점에 오직 여성만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클림트는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 대부분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랑이 그의 삶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클림트의 그림은 아름답고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클림트의 사랑이 낭만적인 반면에 뭉크의 사랑은 슬픕니다. 뭉크는 말년에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아스가르드 스트란드 해안으로 가서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마치 수도사처럼 홀로 세상을 살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사랑이 그의 인생에 남긴 상처 때문입니다. 비록 뭉크의 사랑은 슬펐지만, 그런 경험으로 인해 좋은 작품들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그린 화가들>에는 이렇게 세계적인 화가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작품을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술과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 화가들이 인생을 걸고 남긴 명화들도 컬러로 들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눈이 즐겁기도 했습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하는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