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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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에세이 #욕망 #소비주의 #아름다운것들의추한역사


이 책에서 나는 환하게 타오르며 탐욕스러운 욕망에 불을 붙이고, 평생의 헌신을 불러일으킨 여러 가지 사물들을 살펴본다. 나는 정리 정돈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책상은 거의 침대처럼 사용하고, 정작 침대는 엉망진창이다), 이 책은 원칙에 따라 정리했다. 거울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부터 대리석에 대한 최근의 집착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름다운 물건들을 욕망하기 시작한 순서대로 배치했다.


-16 p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케이티 켈러허, 이채현 옮김, 청미래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는 매혹적인 책입니다. 책 표지부터 눈길을 끄는데요. 보랏빛 바탕에 고급스럽게 생긴 거울, 붉은 꽃, 향수병이 그려진 표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름다음 뒤에 가려진 추악한 진실, 어두운 욕망을 파헤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에 추한 역사가 있었다니. 그동안 이렇게 파격적인 책제목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는 탐미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쓴 케이티 켈러허는 평생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탐구하면서 우리들 대부분이 욕망의 진정한 대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를 깊이있게 해 나간 작가님은 과학, 역사, 회고록 형식을 넘나드는 글을 씁니다. 자신의 경험, 욕망을 솔직하게 밝힙니다. 단순히 자신이 탐구하고 알아낸 이야기만 학자처럼 따분하게 늘어 놓지 않아서 책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갑니다. 작가님은 단순히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역사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최종적으로는 아름다움에 윤리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알려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여성들이 화장을 할 때 거의 필수적으로 쓰는 마스카라가 얼마나 위험한 도구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1930년대에는 미국에서만 16명 이상의 여성이 타르에서 유도된 독성 물질로 만든 속눈썹 염료를 사용하여 시력을 잃었고, 그 중 1명은 결국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나오는 화장품은 안전한가라고 한다면 역시 의문이 듭니다.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농업에서부터 수압 파쇄, 섬유 산업, 화장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PFAS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새로운 화장품을 사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여성이라면 보통 화장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화장을 한 모습이 원래 얼굴보다는 훨씬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잠시 얻게되는 아름다움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평균적인 아름다움은 갖추고 살아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옷, 장신구 등 자신을 꾸밀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346쪽에서 우리 문화가 변화하여 더 많은 형태의 아름다움을 수용하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과거의 공허한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지향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름답다고 부를 만한 것들은 정말 한정적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싼 보석, 명품 등을 아름답다고 하지 평범한 것들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아름다운 물건들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입니다. 게다가 그러한 고가의 아름다운 물건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무언가가 반드시 희생되어야 합니다. 저도 작가님의 의견처럼, 앞으로는 아름다움의 형태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특정한 무언가만 아름답다고 여기는 태도나 생각은 편협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한 때는 많은 화장품, 장신구들을 모았는데 요즘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타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지,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옷 한 벌을 마련하는 대신,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게 더 저의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사회 문화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양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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