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스님의 묵묵부답
자승.신동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을 건너려면 뗏목에 타야 한다. 작은 것에 소홀하면 물이 새고, 물이 새면 강을 건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없다. 뗏목이 튼튼하면 풍랑이 오히려 즐겁다. 들려줄 이야기도 많다. 약속을 다하면 마음이 자유롭다. 변명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된다. 깨달음의 강을 건너는 뗏목은 계율이다. 계율이 시대에 맞지 않으면 지키지 힘들어진다.


-49 p <자승스님의 묵묵부답>



저는 특별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님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존경하는 스님이 책을 출간하면 기쁜 마음으로 읽어 봅니다. 스님들의 말과 글에는 저의 짧은 식견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세속의 욕심과 때를 모두 벗어버리고, 물욕을 잊고, 오직 부처님께 귀의하는 삶. 그러한 삶 속에서 스님들이 얻게 되는 깨달음은 일반인들과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자음과모음에서 출간한 <자승스님의 묵묵부답>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2024년,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제 욕심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괴로움에 빠져 있었는데 스님에게 제가 가진 괴로움에 대한 해답을 묻고 싶었습니다.


자승스님은 불법과 승가의 인연을 일생의 복으로 삼아 봉정암에서 기도정진하며 겨울 설악처럼 묵묵함을 담고, 통도사, 동화사, 봉암사 제방선원에서 불립문자에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신동호 시인님은 강원고등학교 재학 중에 강원일보 신춘눈예로 등단한 문재이십니다.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 끝까지 함께했고, 자승스님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게 된 인연으로 이 책을 쓰고 엮었다고 합니다.




즉, 스님의 지혜와 시인의 감수성이 담긴 책이 <자승스님의 묵묵부답>입니다. 요즘처럼 살기 힘든 시대에 이 책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 '우리 시대'라는 말이 소제목마다 붙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깨달음', '우리 시대의 수행길', '우리 시대의 고행길', '우리 시대의 해탈길', '우리 시대의 스승들'이 바로 그것인데요. '나'가 아닌 '우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는 동안 자승스님과 신동호 시인님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자승스님은 평소 말씀이 적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글들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매우 짤막하게 끊어집니다. 하지만 죽비에 맞는 기분이 들게 하는 글들입니다. 마음에 깊이 남겨지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불교의 가치관이 단순히 종교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답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글입니다.


왼 쪽에는 스님의 말씀이, 오른쪽에는 신동호 시인님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읽을 때는 한 편의 시를 읽는 기분이었고, 신동호 시인님의 글을 읽을 때에는 글솜씨가 매우 뛰어난 문필가의 해설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느 한 편도 눈으로만 쓱 읽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자승스님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덜 고달플텐데, 덜 힘들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하며 읽어 나갔습니다. 자승스님은 26쪽에서 "우리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처지에 대한 불만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그 바다에 빠져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방편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데도 우리는 그를 알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핵심의 방편은 바로 자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스님이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현재의 삶이 너무나 힘들다고 느끼는 분들께 <자승스님의 묵묵부답>을 추천해 드립니다. 종교를 넘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은 가르침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자승스님의묵묵부답 #책콩 #책콩서평단 #추천도서 #불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