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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사는 게 갈수록 힘들다고 느낍니다. 갈수록 웃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어느새 저를 가슴 뛰게 했던 많은 인생의 목표와 꿈이 희미해지고, 먹고 살기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세속적인 어른이 되어버려서 슬픕니다. 이러다가 계속 나이만 먹는 건 아닐까, 슬픈 마음이 들어서 저를 힘들게 만들 즈음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만났습니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가볍고 147쪽 밖에 되지 않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며칠만에 다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잔잔한 느낌의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고, 제목이 저에게 와닿아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책은 저의 '인생책' 중 한 권이 되었습니다. 절망의 시대에도 끝까지 인간다움과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작가의 마음이 투명하게 드러난 아름다운 책이기 때문입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에 태어나 베를린대학교와 빈대학교에서 철학과 문예학을 전공했습니다. 유럽 각국의 언어와 문학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로 여러 인물의 전기도 썼습니다. 그리고 중단편 소설 및 회고록도 남겼을만큼 뛰어난 문필가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재능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시대에는 '나치'가 있었습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 미국, 브라질에서 살다가 1942년 2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작가의 약력을 보면 슬픈 현대사를 통과한 비운의 천재 같지만,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인간에 대한 희망을 에세이로 남겼는데, 그 에세이를 묶은 책이 바로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입니다. 총 아홉 편의, 마치 단편 소설처럼 깊은 여운을 주는 에세이들을 읽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지크프리트 렌츠를 연상시키는 글들이어서 읽기도 편하고 가슴을 울리는 문장도 많았습니다. 늘 돈과 시간에 쫓기며 왜 이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한탄하던 저에게 츠바이크의 에세이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만약 이 책이 그저 허구의 소설이었다면 이토록 감동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에는 츠바이크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갔다가 우연히 만났던 가난한 청년이 보여준 '돈'에 대한 태도, 츠바이크 자신이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작품을 완성하는 데 몰두하던 유명 예술가 로댕의 '열정', 예술가 알폰소 에르난데스 카타가 어떤 생을 살았는지 잘 보여주는 추도사 등에서 암울한 시대에도 얼마나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한 해가 끝나가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고 2025년을 맞이했더라면 저는 여전히 사람과 삶에 대해 냉소적으로 살아갔을 것입니다. 지금 살아가는 게 버겁고 힘든 분들께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든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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