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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타이밍
주미경 지음, 오이트 그림 / 키다리 / 2024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가 정말 예쁜 동화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주미경 작가님의 <고백 타이밍>입니다. 고학년 동화인데, 이야기도 표지처럼 상큼하고 예뻐요. 제목에도 드러나 있듯, 설레는 고백과 사랑에 대한 동화거든요. 벌써 11월 중순이 지나고 겨울이 된 시점에서, 달달한 연애 이야기를 읽으니 참 좋습니다. 삭막하고 추운 날에는 역시 예쁜 사랑 이야기가 끌리네요.
<고백 타이밍>은 요즘 어린이의 연애 이야기를 잘 담아낸 동화입니다. 보통 어른들은 초등학생이 무슨 연애냐고 핀잔을 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친구에게 스스럼없이 '모쏠'이라고 놀리기도 하고, 커플이 되면 SNS에 자랑스럽게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어린이들의 동화에 본격적으로 '사랑과 연애'가 등장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던 차에 이 동화를 만났습니다. 어른들의 소설에만 로맨스물이 있는 게 아님을 이 동화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동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그래서 12~13살 아이들이 읽으면 '어, 이거 내 얘기인데?' 아니면 '내 친구 이야기다!'라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하긴 사랑이 쉬우면 이 세상에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겠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백하고, 마음을 받아주고, 사귀고 끝. 이렇게 단순한 과정으로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사랑도 어른들의 사랑처럼 미련, 질투, 후회의 감정이 절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동화는 어른들이 읽어도 참 재미있어요. 어른들의 사랑보다 더 맑고 순수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이 간질간질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화를 읽으며 작가님의 작명 센스가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방보미, 구해근은 각각 성을 따서 '방구 커플'로 불립니다. 그리고 설연두가 구해근에게 고백을 하여 얼떨결에 커플이 되었을 때는, 두 아이가 '두근 커플'이 됩니다. 방구 커플과 두근 커플을 보면 '구해근'이라는 아이가 겹칩니다. 해근이는 보미와 연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게 아니지만, 얼떨결에 연두의 고백 초콜릿을 받는 바람에 연두와 커플이 됩니다. 사실 보미를 좋아하고 있음에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안타깝게도 보미는 해근이의 마음을 모릅니다. 그저 편한 남사친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남자, 여자가 친하다고 해서 굳이 '커플'이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며 동성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많죠. 보미는 해근이를 예비 남자친구로 생각하기는 커녕, 한 살 어린 5학년 태송이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태송이는 연애에 관심이 없습니다. 굳이 연애가 아니어도 공부, 기타 연습 등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연상연하 커플이 탄생하는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아이들의 사랑이 꼬여가기만 해서 안타까웠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꼬여가는 사랑만 보여주었더라면 답답했을지 모르는데, 이 동화는 해근, 보미, 태송, 래미, 연두의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독자는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을 잘 알 수 있어요. 비록 태승이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서 아픈 짝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늘 씩씩한 보미의 마음을 보며 짠하기도 했지만, 멋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짝사랑이라고 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아픈 사랑으로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보미는 세상의 많은 사랑이 짝사랑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짝사랑도 소중한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데, 보미가 이런 깨달음으로 훌쩍 큰 어른이 된 것 같아 대견했습니다.
사랑에 관심이 생긴 아이들, 혹은 지금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사랑이 어떤 건지 알고 싶은 어른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저의 초등학교 시절, 고백은 하진 않았지만 좋아했던 친구들이 떠오르며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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