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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는 충분히 슬픈가? 그녀가 궁금해하며 스테이크 위에 머스타드를 바르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연휴를 맞아 스페인 발렌시아에 왔다. 하늘은 복숭아색, 오렌지색, 살구색으로 열심히 불타며 장엄한 태양을 떠받치고 있었다. 작은 광장에는 얌전한 관광객 행렬이 조금씩 다시 돌아다녔다.
<복수의 여신> 241 p.
해외 여성 작가들의 강렬한 소설집이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바로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복수의 여신>입니다. 한때 출판계에서 '페미니즘'이 핫이슈였는데요. 물론 여성 작가들이 페미니즘에 관한 소설을 쓴 게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은 아니긴 합니다. 90년대에도 페미니즘이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을 했으니까요.
저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아직 인기가 식지 않은 페미니즘 계열의 소설집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여성들이 쓴 여성들의 이야기가 맞지만, 단순히 페미니즘 이야기라고 묶어버리기엔 아까운 소설집입니다. 그보다는 가요계를 강타했던 '쎈언니' 컨셉의 소설집이라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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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은 산디 토츠버그, 마거릿 애트우드, 시엔 레스터, 카밀라 삼지, 엠마 도노휴, 앨리너 크루스, 수지 보이트, 앨리 스미스, 레이첼 시퍼트, 스텔라 더피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여성 작가들이 참여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 소설집에 수록된 앨리너 크루스의 <의자 속 악령>은 소설이 아니라 '만화'입니다. 음울하고 살짝 기괴한 느낌이 있는데요. 만화가 소설집 중간에 들어 있다는 게 놀라웠고, 그래서 이 소설집이 매운맛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평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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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단순히 사회적 역자로 취급되는 '여성'들을 불쌍하게 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강한 남자들도 이 소설 속 여자들 앞에서는 기를 못피겠구나하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집을 읽을 때 강렬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여성 인권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 약자인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변 여성 동료들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권고 사직을 당한 경우도 몇 번 봤습니다. 남성이었다면 이런 수모를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나마 소설을 통해서 이런 답답한 현실에 소리라도 지를 수 있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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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금 말씀 드렸던 작품인 <의자 속 악령>에는 '쉬-데블' 여성이 나와요. 악마 같은 여자, 악녀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다른 소설에서도 평범한 여자들, 약한 여자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수지 보이트의 <홀아비 염탐꾼>에서는 머크 레이커라고 불리는 가십녀, 기레기가 소설의 중심입니다. 레이첼 피퍼트의 <피압제자의 격분>에서는 '퓨리'라는 '맹렬한 분노'가 나옵니다. 다른 작품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힘 있고 무서운 나이든 여자, 성매매 여성, 싸움닭, 남장 여자 등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여성들이지만, 배척을 당한 여성들이 소설 속에 당당하게 나옵니다.
저는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웹소설만큼이나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이게 진짜 소설 읽는 재미구나, 라고 느꼈구요. 저는 예술적인 소설보다는 이렇게 저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남성 위주의 사회에 돌이라도 던져주는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복수의 여신>같은 소설들이 계속 더 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여성 독자들은 무조건!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평소 여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강렬하고 쎈 주인공들을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입니다.
#복수의여신 #현대문학 #현대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