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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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라고 해서 다를까? 유튜브, 넷플릭스, 웹소설, 책 등 우리는 '말'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별로 소통이 잘 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현암사에서 출판된 로저 크루즈의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라는 책을 보자마자 '바로 이 책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여담이지만, 책의 디자인이나 제목도 마음에 쏙 들었다. 뭔가 트랜디한 분위기가 난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인 로저 크루즈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실험심리학, 인지심리학, 언어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지심리학과 언어심리학을 연구해 온 그는 의사소통의 실패 사례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인지과학적 관점과 인지과학 분야의 다양한 저작들을 근거로 우리가 말하고 듣고 읽고 쓸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설명한다. 나는 저자가 연구하는 분야는 언어학, 국문학 분야에서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심리학과에서도 이런 여누를 를한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신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원서라해도 번역이 좋지 않으면 읽을 수가 없다. 다행히 이 책의 번역가는 펍헙번역그룹에 속한 김정은 전문번역가이다. 책의 저자, 번역가 모두 훌륭했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인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가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분석해 소통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려준다. 저자는 그 원인을 '오해를 낳는 여러 요소', '심리적 요인', '지각의 문제', '헷갈리는 단어', '표현의 문제', '비언어적 표현', '인지적 요인', '사회적 요인' , '매체와 맥락', '장소와 맥락'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의사소통이 견고하면서도 동시에 취약하다는 점을 밝힌다. 저자는 의사소통이 견고한 이유가 소통을 방해하고 모호하게 만들고 질적으로 저해하는 요소가 한 가지 일때는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방해 요소가 두 가지 이상이 되면 의사소통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고 (15 p.) 이야기한다. 단순히 이렇게 쓴다면, 무척 어려운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쉽게 예시를 덧붙이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그래서 언어심리학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일지라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았던 점이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내용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었다. 가령 51쪽을 보면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가장 흔하게 쓰는 '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응'은 너무 딱딱하니까 대체 표현이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ㅇㅋ'도 있고, 'ㅇ'도 있다. 그러나 둘은 어감이 다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 이렇게 책에 나와 있으니 반갑기도 하고, 또 사소한 차이로 정말 오해가 많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렇게 '남'들과의 의사소통 문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과 의사소통이 어떤 점에서 잘못 이루어질 수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나는 내가 쓴 글을 퇴고하는 게 늘 어려웠는데, 저자는 왜 퇴고가 어려운지, 그리고 퇴고를 어떻게 해야 바르게 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그 내용을 잠깐 보도록 하겠다.

[정말로 읽기가 예측의 과정이라면 자신이 쓴 글을 스스로 교정하기는 당연히 더 어려울 것이다. 본인이 직접 쓴 내용은 이미 너무나 익숙하므로 다음에 어떤 내용이 올지 예측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도 이런 가정과 다르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글에서 오류를 찾아내기보다 타인의 글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작업을 더 쉽게 해냈다. - 105 p.]

말과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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