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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족에게 휘둘린다
비에나 패러온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평점 :
"나는 아직도 가족에게 휘둘린다"라는 제목이 와닿아서 읽게 된 책이다.
가족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나의 유일한 울타리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가족은 나를 옭아매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아마도 가족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뉴스를 보면 가족 간의 다툼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저자는 부모님처럼 살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결국에는 자신을 통제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남들을 기쁘게 해주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나약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진정성을 감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진실한 관계를 차단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저자는 심리 치료를 통해서 이를 극복해보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던 건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의 부모님은 1991년 11월에 공식적으로 별거에 들어갔고, 어머니와 저자는 1992년 5월에 집에서 나왔다고 한다. 장장 9년간의 이혼 절차가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당시 뉴저지주 역사상 가장 긴 이혼 절차라고 하니 얼마나 저자의 마음에 상처가 깊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 세월동안 두려움과 슬픔을 견뎌온 저자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심리학 이론만 배워서 책을 쓴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에서 우러나 썼다는 게 참 좋았다. 어쩌면 감추고 싶을만한 상처에 대한 솔직한 고백, 그리고 무려 15년 넘게 결혼 및 가족 치료 전문가로서 일해온 경력을 바탕으로 책을 썼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읽기에 편하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 마음을 울린다.
실제 상담 사례들이 나와 있어서 마치 그들과 함께 심리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새로운 렌즈로 자신과 자신의 이야기, 신념, 경험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기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고, 건강하지 않은 행동 패턴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는 결국 자신의 변화를 주도할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결론을 내려준다.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갈등을 다루고,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경계를 세우거나 허물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고, 남들이 먼저 움직여주기를 기다린다면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그 상처 안에만 머물면서 살아갈 수 없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변해야 주변의 모든 것들도 자신을 중심으로 변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은 앞으로도 항상 곁에 놓아 두고 틈날 때마다 계속 읽을 생각이다. 나의 상처와 근원을 찾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