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띠지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독특하고 고유한 '나'라는 상식을 깨부순 최신 생물학의 혁명적 개념으로의 여행"이다. 혹시 생물학이라는 말에 겁먹는 문과 출신이 있을까봐 하는 말이지만, 이 책은 교양 과학서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다.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아주 좋은 책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이 책을 통해 달라지게 될 것이다.
보통 어떤 학문의 최신 연구는 그 학문의 전문가들만이 논문으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신 생물학의 이론을 이렇게 책으로, 그것도 교양 서적으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어 참 기뻤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몸,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몸의 경계, 세포들이 제공하는 확장된 자아. 세상에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었다.
키메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이다.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가진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바로 인간이 키메라처럼 기이한 생물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마이크로 키메라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굳건히 '나' 자신이라고 믿고있던 존재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이 사실 생물학의 세계에서부터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 : 미생물무리와 마이크로키메리즘 현상을 발견한 연구자들은 면역 체계는 비자기와 영원히 전쟁을 치르는 자기의 요새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우리는 더 이상 자기라는 개념이 무엇을 포함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 '고유의' 세포만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몸속에 사는 미생물 세포와 마이크로키메라 세포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47쪽.
이전의 상식과 이론을 뛰어넘는 상상의 영역으로 과학이 진보해나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2024년 하반기에는 <마이크로 키메리즘>이 대한민국 출판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