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고 감동적인 한국 창작동화를 읽었다.
보통 창작동화라고 하면 독자가 어린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어른을 대상으로 쓴 소설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동화도 좋아한다. 소설은 소설나름대로, 동화는 동화 나름대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동굴을 믿어줘>는 초등학교 독서논술 수업을 하기에 적절한 작품을 찾던 중 알게된 작품이라 큰 기대를 가지고 읽지는 않았었다. 그저 초등학생들에게 수업 하기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 정도만 있었다고 할까. 그런데 의외의 수확을 하게 된 것이다. 창작동화 <동굴을 믿어줘>는 장담하건대, 어른이든 어린이든 읽고 나면 그 감동과 재미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우미옥 작가가 쓴 <동굴을 믿어줘>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겪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단편소설집이다. 이 소설에서는 준일이, 윤성이, 민지, 승우, 서연이와 조아가 나오는데 이들은 각각 신비한 나침반, 젤리 외계인 젤로와의 만남, 아름다운 냄새 가게, 밤 요정의 바느질, 아무도 모르는 동굴을 통해서 신비로운 일들을 겪는다.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 재미있었지만 나는 준일이 이야기, 윤성이 이야기, 민지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먼저 준일이의 이야기에서는 무엇이든 둘로 만들어주는 신기한 상자가 나온다. 이 상자 속에 물건이 들어가면 무엇이든 똑같은 것이 하나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둘로 만들어주는 상자는 상상만해도 즐겁다. 하지만 준일이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준이를 상자를 통해 얻게 되어버린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독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젤리 외계인 젤로와의 하루를 겪은 윤성이 이야기도 슬프고 감동적이라고 느꼈다. 처음에 윤성이는 젤로를 데리고 하루를 보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 귀찮아했지만 나중에 젤로를 보낼 때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괜히 눈물이 났다. 세 번째 이야기인 민지 이야기도 감동적이면서 슬프다. 민지는 아름다운 냄새 가게에서 어머니 생일 선물을 고른다. 그런데 고른 선물은 바로 아버지에 대한 냄새이다.
그리고 책이 너무 예뻐서 읽기에도 좋았다. 파랑새 출판사는 앞으로 믿고 사서 봐야겠다. 예쁜 책, 감동적인 동화책을 좋아한다면 <동굴을 믿어줘>를 꼭 읽어보아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