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문학의 미래, 젊은작가상


 2010년을 시작으로 문학동네에서 주관 시상하는 젊은작가상은 그 취지에 맞게 등단한 지 10년 이내의 작가들의 작품 중 수상하는 연도 그전 1년 동안의 작품(2020년 수상이라면 2019년 발표된 작품)을 모두 모아 그중에서 일곱 개의 작품을 선정한다. 선정작들을 한 책으로 엮어 출간하게 되는데 2020년에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이 발표되었고 2020년 4월 책으로 출간되었다. 2020년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2020년 제11회 수상작 목록

· 강화길 <음복(飮福)>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김봉곤 <그런 생활>

·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 김초엽 <인지 공간>

· 장류진 <연수>

·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2020 젊은작가상 주요 포인트


 1년을 갈무리하는 이런 수상작품집의 경우 언제나 그 한 해의 경향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올해의 젊은작가상 역시 그러한 경향성을 엿볼 수 있었는데 몇 가지를 집자면 다음과 같다.


 · 여전히 득세하는 퀴어와 여성 소재

 18년, 19년, 그리고 올해 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모두 읽은 나는 당연하게도 각 소설의 주제의식에서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딱히 거창한 발견은 아니지만).

 흔히 얘기하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예술 분야는 단연코 문학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작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여성 젠더 문제를 발화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두면서 꼭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제를 곁들이는 작품이 많아졌다. 젊은작가상 수상작 중 꼽아보자면 강화길 작가의 <호수 - 다른 사람>(2017 수상),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2018 대상)이 기수상작 중 있으며 올해는 대상 작인 강화길 작가의 <음복>, 이현석 작가의 <다른 세계에서도>가 직접적으로 여성 젠더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간접적인 부분에서 표출하는 작품은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장류진 작가의 <연수>를 꼽을 수 있겠다. 이는 아직까지도 여성 문제에 대해 한국이 무지함을 의미하며, 그럴수록 이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작가들(그리고 문학 및 예술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퀴어를 주제로 다룬 작품은 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총 네 작품(<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와 눈물의 자이툰 파스타>,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데이 포 나이트>, <그런 생활>)이 수상작이 되었고, 그중 작품 하나(<우럭 한 점 우주의 맛>)는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지만 이 네 작품을 쓴 작가는 두 명(박상영, 김봉곤)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씁쓸하다. 박상영 작가는 기존 퀴어 문학이 가지고 있던 쓸모없는 자기비애나 이성애자와 다른 무언가를 표출하려는 등의 클리셰를 타파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등(본인은 이런 말이 맘에 안 든다고 했지만)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으며, 김봉곤의 경우 (개인적으로) 19년 수상작인 <데이 포 나이트>는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20년 수상작인 <그런 생활>은 전작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는 담백한 작품이어서 좋았다. 아무튼, 다양한 시각을 소설로 녹여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 아닌가.

 다만, 이런 경향이 한동안 국내 소설계의 주류가 돼버릴 것 같다는 예감과 그것이 몇 년간은 고착화가 될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1년 동안의 수백 작품 중 일곱 작품으로 소설판을 재단할 수는 없지만, 국내 문학의 주 독자층이 여성인 것은 분명하고 주 독자층의 주 니즈가 본 문제에 쏠려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시와 소설 관계없이 문학에 사회적 책임을 얹는 행위가 갈수록 커져간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세태를 다루고 그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을 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지만, 문제 제기의 방향이 모두 한곳을 향해있을 이유는 없다.


 · SF 붐은 온다?

 SF 장르라는 것이 아직까지 국문학계에서 그렇게 주류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나, 올해부터는 무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젊은작가상 첫해인 2010년에 배명훈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 이후 SF 소설의 수상은 없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SF 신예인 김초엽 작가의 단편 <인지 공간>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SF 장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혜성같이 등단한 김초엽 작가는 2019년 단행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펴내어 오늘의 작가상 수상과 동시에 전국 온 ·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였는데, 덕분에 (자극이나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김영하 작가의 신작 «작별 인사» 역시 SF 장르이다. 참고로 김영하 작가의 소속사인 블라썸 크리에이티브에는 앞서 말한 배명훈, 김초엽 두 명의 SF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물론 젊은작가상이 장르 쿼터제를 시행하는 것도 아니오, 김초엽 작가가 촉발한 2019-2020 SF 열풍을 의식하여 <인지 공간>을 젊은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2019년 한 해에 발표된 소설 중 선고위원/심사위원이 가장 좋았던 소설 7개 중 하나에 <인지 공간>이 뽑혔을 뿐이다. 하지만 SF 장르의 팬들은 이 일로 충분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꼭 주류가 아니더라도 양질의 SF 소설이 (지금도 잘 나오고 있지만) 더욱더 나올 것을 바랄 수 있을 테고, 어쩌면 이젠 주류 문학 장르에 당당하게 올라갈 수 있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슈퍼 루키 전성시대

 이번 젊은작가상 첫 수상 작가 중 이현석 작가와 장희원 작가의 공통점은, 단행본 하나 없이 작품 하나로 등단 이후 젊은작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 이력이 얼마 있지 않은 작가의 등단은 문학계나 독자나 당연히 고마운 일일 수밖에 없는데, 당연히도 이런 루키 작가들이 매해 나온다면 한국소설의 미래는 밝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단행본 없이 작품 하나로 등단 이후 이번 상을 수상한 작가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웹진 '비유'의 18년 4월 호에 본인의 첫 작품인 <하긴>을 투고하여 등단 후 본 작으로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미상 작가를 꼽을 수 있겠다. 이미상 작가는 기존 한국문학에서 등단 후 문학상 수상의 과정의 클리셰의 중심을 완벽하게 파괴하였다. 메이저 신문사의 신춘문예나 기성 메이저 출판사들이 내는 문예지에 작품을 투고하여 등단 후, 꾸준히 문예지에 본인의 작품을 투고하여 어느 정도 단행본 한 권을 엮을만한 분량이 나온다면 단행본을 출판하여 이름을 알린 후 거기서 눈에 띈다면 문학상 수상자에 리스트를 올리는 기존의 전형적인 테크트리를 완벽하게 무시한 이미상 작가의 행보는 대단함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일으킨다. 신춘문예나 기성 문예지가 아닌 웹진, 그것도 만들어진지 꽤 된 웹진도 아닌 2018년 1월 첫 선을 보인 웹진에 본인의 작품을 투고하여 등단 후 그 작품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것은 가히 '로열로더'의 행보이다. 올해는 단행본 없이 수상한 작가의 수가 한 명 더 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작가들이 늘어날수록, 이 책에서 국문학의 미래와 함께 더 먼 시간에서의 국문학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20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 단문평


· 강화길 <음복(飮福)>

★★★★☆

'순수 악'이 만들어낸 가정의 '악역'


 '무지의 권력'이 어떻게 가정과 젠더 문제에서 작용하는지를 긴장감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비단 <음복>에서 말하고자 하는 파트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권력구조의 옥상에 서 있는 자는 자신이 힘을 쥐고 있고 얼마나 편하게 삶을 살아가는 지 알지 못한다. 누가 우위에 있고, 내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언제나 바닥에서 억눌려서 바짝 엎드리고 있는 자다.

명절 시즌에 쉽게 볼 수 있는, 주방 문지방을 경계로 남녀가 갈려있는 모습에 상상력을 얹어 스릴러로 표현한 이 작품은 분명히 여성주의를 다루고 있으나 지금까지 보았던 류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실체 없는 이퀄리즘을 언급하고, 극단적으로 뻗어나갔던 인터넷에서의 페미니즘 배틀을 보다가 이 소설의 결말을 파악하고 나면 등 뒤가 싸해진다. 이게 진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고, 인간의 모습이 아니던가.

 가부장제의 피해가 그대로 여성들에게 가지만 나중 가서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딸 밖에 없다고 눈물 흘리는 엄마의 모습은 이 젠더 문제의 구조가 언제부터 쌓여왔고, 어디까지 쌓여갈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고통은 또 다른 딸에게, 엄마에게 전가될 것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악역'의 수는 늘어갈 것이다. 그녀들의 고통에 대해 무지한 진짜 '악당'들도 마찬가지로.

 모든 가정이 한 번씩은 경험하는 평범한 제삿날의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풀어냈고, 엔딩마저 진부하지 않다. 소름 돋는 포인트도 다수 있었던 수작. 대상의 자격이 충분하다.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흘러간 아픔은 아름답겠지만서도


 과거, 흑역사, 후회. 이런 것들은 언제나 아프기 마련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빠르면 하루, 늦다면 몇 년 후에 되돌아 보았을 때 부끄럽고, 힘들고, 안타까움을 수반한다. 우리가 잊든 타인이 잊든 모두가 잊든, 잊지 않든 예전의 그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 자리에 꾸준하게 존재한다.

 최은영은 과거부터 소설에 두 여성과 하나의 사회적 사건을 배치하는 것을 좋아했고, 이번 소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배경에는 용산이 있고, '희원'과 그녀가 과거 들었던 수업의 시간제 강사가 등장한다. 자칫하면 진부할 수 있지만 최은영 특유의 작법으로 아주 부드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용산에서 있었던 아픔, 또 시간제 강사라는 이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자의 아픔. 그걸 딛고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이 이야기는 쓰라린 나날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미한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정말 그걸로 끝나는 것이 괜찮은가. 용산 참사의 기억으로 피해다녔던 길을 이제 피해다니지 않고, 수업을 들었던 강사의 발언으로 마음을 다 잡고 한 발짝 더 걷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정말로 괜찮은건가. 용산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곳곳에 용산 참사 관련 언급이 나오지만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는 그 정도의 설명으로는 충분치 않아보인다. 누군가는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 한 마디로, 그렇게 부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만큼의 위로를 줄 수 있는가?

 부드럽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지만, 두루뭉실하고 꿈결에서 끝나는 작품이었다고 본다. 좀 더 뚜렷하고 날카롭지만 언젠가 떠올리면 뒷맛이 깊은 최은영의 다른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 소설은 아쉽다.


· 김봉곤 <그런 생활>

★★★★

그런 생활이 뭐 어째서


 에세이 스타일의 소설이다. 박상영 작가도 작품 내에서 이야기가 실제인지 픽션인지 헷갈리는 장치를 많이 해놓았는데(펜싱 선수 박상영 드립이라던지), 김봉곤의 이번 작품도 그런 요소를 대놓고 깔아놓아서 굉장히 흠칫흠칫 했다. 어쩌면, 정말 실화일수도 있을테고.

이 작품이 퀴어를 주제로 했다는 배경 지식만 있으면 소설을 읽는 데 무리가 없다. '나'가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관계와 '나'가 기존에 썼던 퀴어 소설을 못마땅하게 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우리 사는 사회에서 한 번씩은 있을만한 일이다. 퀴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남자친구가 바람에 가까운 행태를 펼쳤을 때 내가 행하던 행위와 어머니가 내 특별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냈던 시선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남친과의 사랑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하는 것과 어머니가 '나'를 (어머니가 생각하는)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하는 일은 계도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에 '나'의 행동은 달라진다. 좀 더 달라지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위한다. 그렇게, 서로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이야기 전체적으로 자전적인 느낌이 강하고 이해가 빠르게 전개되므로 뭐가 어떻고 하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 편안하게 읽히는 좋은 소설이다. 그래, 그런 생활이 뭐 어떻던가.


남과의 사적인 메신저 대화를 허가도 없이 올려놓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고, 수정 요구를 수없이 받았음에도 그것을 고치지 않는 자는 작가 자격이 없다.


·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기에


 낙태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신념이 가장 세세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 중 하나인데, 그런 중대한 사항이니 만큼 하나의 결론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이해관계를 허투루 처리하지 않고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 독보였다. 글의 문체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이루어져 있는데, 나중에 가면 왜 문체를 그렇게 설정했는지 알 수 있다. 처음 읽었을 때 약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마지막 엔딩이 참 아름다워서 그 거부감이 모두 내려갔다.

(편견이겠지만) 이런 여성 관련 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은 대부분 여성 작가들인데, 남성 작가가 이런 소설을 적었다는 점 자체를 굉장히 높게 사고 싶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작가노트에서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참조한 레퍼런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열정적인 태도가 낙태죄에 관한 이야기를 세심하게 다룰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는 각자의 신념으로 살아가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투쟁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서로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세계가 왔으면 한다. 이 세계가 살만하다면, 다른 세계에서도 우리는 살만했으면 좋겠다.


· 김초엽 <인지 공간>

★★★

잊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더


 SF에 대한 내 환상이 망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인지 공간이라는 가상의 무언가를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 납득할 만한 주제를 표출하고 있지만 너무나 무미(無味)하며 작위적이다. 미래를 다루는 SF 특성 상 당연하게 배경과 소재, 스토리를 작가의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겠다만, 조합은 매끄럽게 잘 되었으나 굳이 그것 때문에 SF를 찾아야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브의 실종 이후 이브의 집에 찾아가 이브가 따로 연구하던 스피어를 들고 인지 공간을 빠져나가는 스토리는 흔해빠진 여행기의 일부에 다름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충분히 공감하고, 그 주제를 찾기 위한 이야기는 안정적이지만 흥미가 당기지 않았다.


· 장류진 <연수>

★★★★

소설 속에서든, 밖에서든 "잘하고 있어"


 유일하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전에 만나봤던 작품(계간 창작과 비평 19년 겨울호 수록)이다. 네 개의 소설 작품이 실렸었는데 가장 읽기 편했고, 마지막 엔딩이 좋았으며,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어느 정도 명확하게 들어난 작품이어서 가장 좋았다.

 운전 강습 선생과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기타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따스했고, 위화감이 없게 정말 실제로 일어날법한 얘기들 속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지를 잘 녹여낸 작품. 다만 너무 일상에 가까웠고 뻔한 주제를 뻔하게 표현한 감이 있다. 주인공의 비혼주의에 태클을 거는 강습 선생과 엄마, 여차저차 힘들게 강습을 받다가 하나 던진 말에 감동하고 주제를 포괄하는 모습. 너무나 감성적이지만, 조금 아쉽지 않은가? 좋게 말하면 자연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뻔한 이 장면에서 연대를 표현하기엔 어딘가 싱겁다.

 그래도 장류진과 이 소설은, 그리고 수많은 이 시대의 여성들은 모두 "잘하고 있다". 무어가 되었든 이 이야기의 엔딩으로 가슴 한 켠 뭉클해졌다면 그것으로 좋을 수도.


·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

'레퍼런스'는 없다


 '우리'의 동음이의어를 잘 캐치한 제목부터 좋았다. 나와 같이 다니는 우리(Our)냐, 나와 다른 동물들을 가두어 놓는 우리(Cage)냐. 우리들은 너무나도 많이 아군과 적을 가르고, 비정상과 정상을 갈랐다. 그렇다면 누가 아군이며, 누가 정상인가. 그 기준, 정상, 아군이 되는 레퍼런스는 대체 무엇인가. 이 이야기는 그에 대한 해답을 명확히 제시한다. 레퍼런스는, 없다. 무엇이 정상인가. 이쪽에서 정상인 것이 저쪽에선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저기서는 맞는 말이 우리에겐 상식과 180도 어긋나 있다. 그렇기에 뭐든지 함부로 재단하지 말지어다.

 소설 내적으로는 꾸물꾸물한 이미지를 매우 잘 표현했다. 영재의 집에 들어갈 때부터 일어나는 묘사와, 민영의 "제 자리" 발언, '나'와 아내가 지켜보는 영재 - 민영 - 노인의 관계의 불안함 모두 스릴러에 준하는 기묘함과 서늘함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렇지만 중간에 한 번, 엔딩에 한 번 나오는 신인 강한 빛에 눈 못 뜨는 장면이 마무리를 차지하고 주제를 함축하기엔 무언가 애매하지 않나 싶다. 다른 좋은 스토리도 있을 것이고, 좀 더 섬세하게 다듬었다면 좀 더 느낌이 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치며


 올해로 11살이 된 젊은작가상은 문학상들이 꾸준히 나오는 현 시대에도 꾸준히 읽히고 관심 받는 문학상 중 하나이다. 선정 대상을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특이성 때문에 한국 문학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평을 받는 문학상인 젊은작가상. 그 취지에 맞게 매 회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작품과 작가분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면 단지 '독자 1' 일 뿐이지만 참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다. 그 '조금만 더'가 모여서 언젠가의 작가들이 펜을 쥐고, 키보드를 잡고 몇 년후의 '젊은 작가'가 되어 본인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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