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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지금 행동하고 있는, 살고 있는 순간을 어떻게 정확히 표시할 수 있을까. 지나간 과거 또는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정확한 시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있는 이곳은 과연 어디쯤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날짜, 시간, 장소 등,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나타내 주는 방법, 우리가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표현 방법은 숫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숫자에 의하여 규정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의 숫자는 얼마일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100명 중 1명의 삶으로 환산할 수 있는 일상의 수많은 결정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간다.......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가 대략 4,900만 정도 되니, 대한민국에서 나는 ‘4,900만 분의 1”의 위치에 해당하고 0.00000002%의 영향력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미미한데도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그러나 구조와 집단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작은 움직임은 사실 우리 한 사람의 선택과 결정에서 나온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살펴본다면 세상에 나는 어떤 영행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자, 그러면 100명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대한민국으로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지은이는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라고 할 수 있는, 어쩌면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갔을 숫자들을 요리조리 모아서 여러 가지의 모습과 여러 가지의 의미로 풀어낸다. 실로 숫자란 것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지은이는 이 많은 숫자들을 우리의 일생에 맞추어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나아가 앞으로의 변화까지도 예상하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상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족의 시작에서부터 직장생활, 개인의 경제활동과 여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자식들의 모습까지 결국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하여 펼쳐지는 이야기가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만나면서 숫자들은 나의 위치를 이런저런 방향에서 가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금 나의 수입이 내 나이에 맞는 위치에 있는지, 앞으로의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경제침체의 상황에 대한 좀 더 넓은 안목에서의 접근도 생각해 보게 되고, 앞으로 나의 미래를 위하여, 나의 자식들을 위하여 준비해 나가야 할 것들도 생각해 보게 한다.
숫자라면 그저 멍해지기만 하는 내가 아무런 부담 없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숫자라는 아무 감정 없는 표현방법에서 현실의 상황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계의 표현방법, 즉 그래프와 도표를 사용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글을 풀어간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맺는말에 나타난 지은이의 긍정적인 생각이 글 전체에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이 땅의 길 위에 희망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는 노신의 말을 말이다.”
최근 불황이라는 어두운 상황 아래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불행한 소식들이 더 많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그래서 더욱더 부정적인 마음으로 변해가는 대한민국이란 작은 나라. 그러나 불과 60여년 만에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놀라운 위치에 올라선 우리.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아니 우리는, 나는, 땅이 가진 자원의 한계와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일상과 역사를 만들어온 능동적인 존재다. 대한민국을, 우리를, 나를 둘러싼 사회적 불신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우리 각자가 대한민국에 희망을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계속 걸어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내가 0.00000002퍼센트의 행위와 결정으로도 대한민국 100퍼센트를 만들고 변화시켜 온,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