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우울증 - 나는 이런 결혼을 꿈꾸지 않았다
김병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직장에 다니든 전업 주부이든 공통된 한가지의 로망이 있다면 "사모님"이 되고 싶은것 아닐까. 

교양있고 여유있는 싸모님~이 된다면야 직장의 유무는 둘째치고 주부들의 입가가 빙그레 올라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나만 그런가?) 지금은 사모님이 아니라 아줌마에 멈춰있어 그게 우울하고 초조할 뿐이지. 뭐 즐겁고 씩씩한 아줌마도 괜찮은 일이긴 하다.

 

암튼간에 수많은 우울증 책 중에서 사모님을 타겟으로 한,제목마저 적나라한 "사모님 우울증"이 나왔다. 전작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를 쓴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의 책이다. (이 분은 중년 전문이신듯...)

사모님이 아니면서 사모님에 대한 로망으로 이 책을 선택하던 내 손이 약간 쑥스러웠던 것은 왜일까.

"주부 우울증"이라는 책이면 그렇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우아하고 교양있는 사모님이 왠 우울증? 거기다 지금 당신이 그런 사모님이 맞아? 라는 두가지의 의문에 손이 가다 움추리는 복합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아...쑥스러워. 사모님이 되고 싶어하는 속물근성과 현재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깨닫는 순간이었다.

 

암튼 설렘반 호기심 반으로 펼쳐본 이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4,50대 돈걱정없지만 마음이 허무하고 우울한 사모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나이대에 정신과를 다니려면 중증을 제외하고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어찌보면 먹고 사는게 급급한 삶이라면 주부로서 정신적 괴로움은 무시하고 넘겨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무시당할 수도 있는게 그 녀들의 아픔 아닐까.

너 정도면 행복한데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래. 남편도 돈 잘 벌어다주고 아이들도 잘 컸는데 호강이다. 라는 위로 아닌 위로 속에 그 녀들은 헛헛하고 외롭다.

중년 남성의 우울증은 심각하게 들으려고 하면서도 중년 여성..특히 여유있는 사모님이란 타이틀을 가진 그녀들의 우울증은 사치로 여기는 시각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

오히려 확실한 자기 자리 없이 남편의 내조자면서 아이들의 양육자로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자신의 설자리를 찾게 되는 중년의 그녀들의 공허감과 혼란스러움을 인정해주는게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허무감을 감당치 못하고 쇼핑이나 관광, 또는 비슷비슷한 모임으로 시간을 소비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이제는 중년 사모님들의 우울증을 남성 못지 않게 인정하면서 바람직하게 끌고 갈 방법을 진지하게 도모할 때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역시 교양이 넘치게 그림으로 찾고 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순수하고 감동있게 채워주는 것은 자연과 예술이다. 예술을 즐길 줄 만 안다면 그 사람은 외롭지 않다고 할 정도로. 김병수 교수는 각각의 고민을 소개하면서 그 상담과 더불어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하는데 그 조합이 무척 잘 맞는다. 다소 늘어지는 문체이지만 편안하면서 고급스러운 내용들이 커피 한잔과 함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중년여성으로서  맘이 헛헛하고 괴로울때 그게 과연 왜일까를 찾아보게 해주는 괜찮은 책이다.

좋은 그림과 편안하지만 깊이있는 이야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과연 진짜 중요한게 뭔가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단..돈문제로 괴로운 아줌마는 좀 피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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