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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ㅣ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타카기 나오코는 키 150의 작고 소심한..하지만 귀엽고 생활력 강한 일본 만화가이다.
소소한 일상을 정겹고 맛깔나게 풀어내는 그녀만의 작품세계가 꽤 마음에 들어 이 책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사실 나는 혼자 산 경험이
없다. 나름 주부로서 풀어낸 살림의 방법이 어느정도 매치되는 점은 있다. 물건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든지, 집의 코너에 맞는 가구를 찾다가
만들어본다든지, 다른 집의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며 부러워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혼자 살기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외로움일 것이다. 물론 마음대로 모든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결혼해서 부부가 되어서도, 또 아이를 키우면서도 때때로 느끼는 절절한 외로움은 혼자 살때 몇배로 느껴지지 않을까.
혼자 있으면 먹는것을 대강 때우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주부와 독신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이 쓰러지면 기댈데가 없다는데 있다.(아..물론 주부에게는 남편이 있으니 몇배로 상황이 좋은것이긴
하구나...하지만 아파도 책임져야 하는 애도 있기 때문에 맘놓고 뻗을 수 있는 독신을 생각하면 셈셈으로 쳐도 되지 않을까..ㅋ)
그래서 평상시 가장 귀찮고 소홀히 하기 쉬운 자신의 먹거리를 잘 챙겨야 하는데 말이 쉽지 인스턴트나 남겨둔 음식으로 때울 때가 많다. 혼자
살기 5년차에 접어드는 타카기 나오코 역시 그런 궤도를 지나 자신의 몸을 가장 실리적으로 챙기는 노하우를 습득한다. 같은 재료로 이렇게 저렇게
만드는 재미를 느끼고 슈퍼의 타임세일을 잘 챙기며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도록 얼굴가죽의 강도를 연마하는 그녀의 일상은 귀엽지만
애틋하게도 느껴진다.
특히 혼자 사는 여자라 겪게 되는 무서운 상황들은 귀여운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헉..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니....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여성들의 힘겨움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 같구나...안타까움에 혀를 차게된다. 나 힘들어~힘들어~하며 얘기하는 것보다 이래저래 견딜만 하다며
조근조근 펼치는 얘기에 오히려 더 많은 삶의 경륜을 느끼게 된다.
작지만 강한 여자.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세계에 어느새 중독되는 느낌? 혼자 살기 9년차도 출간되었다는데 베테랑으로서 또 어떤 발전과
에피소드들을 쌓았을지 궁금해진다. 그런데..혼자 사는거 넘 익숙해지면 안되는데.....하는 오지랖도 드는 나는 역시 아줌마인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