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가족 이데올로기..
남녀 이데올로기 못지 않은 무겁고 확장된 기본관념, 이 대전제가 얼마나 크고 단단히 개인의 삶을 잠식하고 지배하는지 모르겠다. 가족, 남녀,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또한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살펴보면 지금 숨쉬고 있는 내가 과연 온전한 나 자신일까 라는 의문마저 생긴다.
개인적으로 나는 모성에 대한 신화, 사회적인 신드롬에 무척이나 부정적이다.
연극과 영화, 책으로도 큰 바람을 일으킨 친정엄마에 대한 찬양(!)에 동참할 수 없었던 건, 나와 엄마의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 신드롬 밑에 흐르는 전제, 즉 어머니의 희생에 대한 당연한 전제가 거북했기 때문이다.
어떤 성격인지. 어떤 꿈을 가졌는지, 어떤 환경인지는 중요치않다. 그녀들은 어머니라는 이유로 모든 불행에 맞서야 하며 자식과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회피를 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내세운다면 그녀는 어머니로서 나아가 인간으로서도 잘못 살았다는 파산 선언을 받는다.
그래서 주어진 틀에 맞춰 달려가는 어머니들...그녀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그리고 지금의 엄마들은 행복할까.
남성..아버지들은 맞은편의 이데올로기속에서 또한 편안할 수 있었을까..
<완벽한 가족.-훌륭한 아버지와 희생적인 어머니>
너무나 당연스럽게 회자되는 , 마치 불조심표어와도 같은 이 문구가 나는 참 무섭다.
좀더 편안하게 좀더 자유롭게 존재의 다양성과 행복의 욕구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형적인 프레임속에 갇혀 소리없이 지르는 괴로운 비명들이 너무도 많고 크다.
가족의 다양성, 서로의 적성과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 가족이 되려면 사회,문화적으로 그 프레임이 새로이 잡혀야하는거 아닐까.
나 역시 내 어머니에게 내 아버지에게 그리고 내 남편에게 올리고 있는 틀을 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틀을 드리우고 못미치는 면면들에 화내고 원망하며 자책하는 내 모습이 가장 힘들다.
책을 읽다보니 나만큼, 또 나보다 더 힘들고 비참했을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감당해야했던 그 아픔들에 많은 공감과 더불어 나 혼자만이 힘든건 아니었구나 라는 위로도 든다. 이 책은 사례의 자세한 나열과 더불어 그 아픔에서 빠져나올 방법과 진정한 가족의 의미, 방향에 대해 자세히 짚어준다. 읽고 나니 마치 심리상담을 한듯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더불어 가족이란 이름속에 왜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전반적인 고찰도 일으켜준다.
가족으로 아파했거나 아픈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