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먹여야 할 12-36개월 밥상
정현미 (모모맘)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똥만드는 사람이야...."

이 말은 친정엄마의 한탄이다. 음식을 정말 잘 만들어 나와 내동생을 비만에 이르게 한 (..쿨럭;;)책임도 어느정도 있을만큼 손맛이 뛰어난 김여사가 결혼할때까지 내게 주방에서 설겆이는 몰라도 음식 한번 가르치려 하지 않은 것은 끝도 없는 가사일의 치임에 부디 딸은 자유롭기를 바랬기 때문일거다.

오랜시간 정성껏 차린 음식이 단 몇분만에 사라지고 너무나 당연하게 먹은 가족들은 그에 대한 치사도 하지 않는다. 눈뜨면 밥차리고 정리하다보면 밤이다. 그런 매일매일을 몇십년을 산 엄마로서는 먹는것을 만드는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존경받을 일인지 대우받은 적이 없기에 저런 한탄을 할수밖에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내 스스로 밥을 해먹기 시작하면서 먹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정성가득한 음식을 먹이는 일이 성불 못지않게 대단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혼자 힘들고 허망했을 엄마에게 미안하고, 그런 엄마들의 노고를 인정않는 이 사회가 괘씸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내가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만들기에 빠져들기에는 습관과 적성이 안맞아 너무도 힘들다. 그래도 아기낳기 전에는 어떻게 버틸수 있었는데 이 아기님이 탄생하신후 그분을 위한 이유식부터 반찬만들기가 얼마나 힘든지 ...솜씨없고 게으른 엄마라는 자책만 커질 뿐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요리책도 여러권 사봤다. 쉬운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고....여러책들을 읽으며 가장 아쉬운 점은 어른이나 어린이를 위한 요리책은 많지만 3살 이하의 아이들을 위한 책은 잘 없다는 거다. 이유식책은 대개 12개월까지를 주로 다루고....그 이후가 된 내 아이를 위한 요리는 띄엄띄엄.. 좀더 다양하고 적당한 요리책은 없을까..했는데 이책이 나왔다. 나와 같은 엄마를 위한 , 제목부터 아주 구체적이고 분명한 게 마음에 든다. 하지만 중요한건 말이다. 나와 같은 솜씨없고 게으른 엄마가 따라하기 쉬워야한다는 점인데....

너무도 이쁘고 다채로운 음식들을 보니 감탄하다가 축~하고 기가 죽는다. 21개월까지는  난이도가 적당한듯 싶다. 하지만 그 이후..세상에...3첩반상, 5첩 반상 수준의 이 화려한 반찬들을 보라.

예를 들자면 "해물 볶음쌀국수+삼치강정+모듬 과일무침+두부 버섯전"...이정도의 수준이 계속해서 찬란하게 펼쳐진다. 부끄럽지만..시부모님께도 이렇게는 해드린 적이 없다. 뭐...이 많은 반찬중 나름대로 한두개를 꼽아 응용하면 되겠지만서도 나같은 초보는 얼이 빠져서 ... 뭐..개인적인 엄살이고 투정이다.사실 이 책은 어린이집, 유치원에 필수권장도서로 배포했음 더 좋겠다. 이대로 만들어주는 그런 기관이 있으면 내 아이를 주저치 않고 보낼것이다. 때로는 속편하게 키우는 육아관을 가지고 싶다. 그냥 어른 반찬 안 매운거 같이 먹여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은 엄마들이 교육뿐만 아니라 음식과 옷 코디에까지도 완벽해야하는건가...이 책의 반의 반만이라도 내 남편에게 대접한다면 난 심사임당 그 이상으로 인정받을것 같다. 너무나 완벽한 책이다. 이대로 만들면 가정경제.주부시간은 어디로 갈까. 따기 힘든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의 심정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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