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들때 외롭고 우울할때 그것을 이겨낼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백화점에 가는것 아닐까. 물론 여자들에 편중된 해결 방법이기는 하다. 대다수 남자들의 경우..그럴때 백화점에 가게 한다면 짜증과 어지러움, 답답함에 로비에서 자살소동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ㅎㅎ 신이 인간을 사랑하여 에덴 동산을 만들었다면 여자를 위해 백화점을 만들었음이 분명할 만큼 백화점은 여자들의 이상이자 로망이다. 왜 그럴까. 아름답고 편리한 것들이 가장 유혹적인 모습으로 진열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가장 유혹적인 모습을 잘 찾아내는 백화점의 노력은 단순히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순간 내가 그 재화의 가치와 동일시되는 느낌. 거기에 직원들의 서비스와 음악, 고급스런 실내는 일상생활의 너절함을 한순간에 날아가게 한다. 현실을 잊게 만들거나 착각하게 만드는. 적당히 즐기면 일상의 윤활제로 꽤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돈을 못모은다는 속설처럼..그리고 명품 매장의 직원들이 오만한 자세로 구매력이 약한 손님을 무시한다는 소문처럼 백화점은 인간의 욕망과 환상을 함축하고 있다. 너무나 좋은, 하지만 마약같은 마력의 백화점에 대해 역시 한 마력 하는 작가 조경란이 정면 대결을 선언한 이 책은 백화점에 대한 논픽션 에세이모음집이다. 쇼핑의 기쁨 쇼핑의 고통 쇼핑의 가치.같은 여자이기에 가능한 공감과 조경란 그녀이기에 가능한 날카롭고 깊은 성찰은 이책의 매력이다. 쇼핑, 무엇을 사고 무엇을 보는가가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것. 그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백화점이란 소재로 단지 즐거운 쇼핑이야기일거라 믿고 덤비면 다소 뜨악할수도 있다. 많이 공부하고 알려주는..다소 깊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다. 조경란, 그녀가 쓴 거니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