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자들

오, 나의 남자들! ㅣ 문학동네 청소년 10
이현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문학동네 / 2011년 5월

17세밖에 되지 않은 고등학생 소녀가 "나의 남자들"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남자, 유명인은 전두환부터 강동원, 일반인으로는 아빠, 선생, 친구, 동기 등등 총 10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당히 독특하고 흥미로운 전개방식이다.
  재미있는 앞표지 그림처럼 유쾌하고 공감가는 그시절 아이들의 고민과 우정 이야기에 지난 추억도 떠올리며 즐겁게 빠져들수 있었다.  당당하고 자유로운 주인공, 이름마저 운명적인 금영과 키가 작지만 융통성과 유쾌함의 절정, 최강태진, 그리고 연애에 있어서는 다소 비참함을 겪어도 뜻이 곧고 믿음직한 마루.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시크하게  일어서는 현지. 이 4인방이 중심이 되어 전문실업고교의 동아리인 떡실신을 주 무대로 펼치는 여러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다 재미있고  서로 연결되어있어 중간에 책을  놓기 아쉽게 만든다.

 때로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말한마디 잘못 뱉어 성적 소수자 선생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부모의 어쩔수 없는 생활 방편에 대해 단죄를 하려고도 하는 주인공 금영이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지난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 대해서 할 말도 많고 싫은건 어떻게든 하고 싶지 않아 짧은 머리로 갖가지 변명을  갖다 대면서도 정작 어른들의 모순에 대해서는 칼날처럼 단죄하려 했던 사춘기....아버지와의 중첩되는 갈등 속에 결국 혼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다가 큰일을 당할뻔 하는 부분에서는 절로 주먹이 꽉 쥐어질만큼 무섭고 애가 탔다.

 센스+ 매력+분위기+매너도 있어보이는...말 그대로 멋진 사람일듯한 아저씨가 가장 무섭고 위험한 범죄자로 확 돌변해 주인공을 폭행하려는 상황은 사실  너무도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광포하고 무서운 돌변이  청소년기에  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충격과 절망을 보여주는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금영이 그 위기를 이기도록  만든 힘이 바로 이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 아닐까. 같은 어른이라서 그런지 딸 금영에게 안스러움과 조소의 대상이면서도 삶의 지지대로 버텨주는 아버지에게 많은 공감을 갖는다. 유익함과 즐거움이 잘 짜여져있는 좋은 소설이다. 어른과 청소년 모두 꼭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