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양, 안녕하세요. 여울양의 가족 이야기 잘 읽었어요. 불량가족 레시피라...사실 텔레비젼의 여러프로그램에서 어렵게 사는 가족, 또는 독특한 구성의 가족을 보여주기는 하죠. 드라마 같은 경우는 막장 설정으로 배다른 형제자매얘기도 많이 보여주고요, 그런데 여울양의 가족은 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모아놓은 정말 말그대로 대단한~불량가족의 레시피, 그 자체네요. 무식하고 한탕주의의 아버지와 배다른 남매 셋. 뇌장애가 생긴 삼촌, 그리고 이 집의 가사를 담당하는 팔순 넘은 할머니. 그냥 읊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네요. 더구나 그 가족들이 우애가 좋은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서로를 못잡아먹어 안달인듯 으르렁 대기만 하니.. 고등학교 1학년. 가장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집이 정상이어도 한참 엇나가려고 할 그시기에 여울양이 받을 스트레스가 얼마만할지 가늠하기도 힘드네요. 한방을 쓰는 언니가 말이 좀 통하면 나을텐데 오히려 더욱 못잡아 먹는 그 성질에 아직까지도 집을 나가지 않는 여울양이 신기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전 이 구성원 중에서 사실 할머니가 맘이 아파요. 꿈많고 도도한 젊은 여성이 거의 사기결혼을 당하면서 결국은 스스로를 욕쟁이 할머니로 만들지 않으면 버틸수 없을만큼 힘든 삶을 살게 되었잖아요. 아들 둘은 사고치고 집나가고 거기다 배다른 손자 셋을 엄마없이 늙은 손으로 키워야 했던 할머니의 속은 곪았다고도 할수 없을 거에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키운, 아니 버틴 할머니는 비록 입에 욕을 걸고 산다해도 존경해드릴만해요.그걸 나중엔 여울양도 깨달으니 다행이고요, 아니. 사실 가족들이 내심 알고있기는 하죠. 자기 힘든것에 눌려 표현못할뿐...그런 상황에서 여울양이 택한 취미가 있어 참 다행인듯 싶네요. 남들은 다소 무시하고 이해못하는 세계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이 특히 열광하는건 숨막히는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적인 성격때문인것 같아요. 하지만 환상을 꿈꾸다보면 더욱 현실에 쫒기게 되는것,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될수 있는 거겠죠. 여울양이 피오나 드레스를 팔면서 많이 서운해하지 않아 대견해요. 또 끝까지 출가(^^)를 하지 않고 할머니와 함께 아빠가 돌아올 집을 지켜내는 그모습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아줌마로서 한가지는 확실하게 얘기해줄수 있어요. 여울양의 어머니는 분명 좋은 여자였을 거라는것. 증거는 바로 여울양 자체랍니다.천사아줌마가 지키지 못했지만 여울양은 지키는 그것이 있으니 분명 힘을 낼수 있을 거에요.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가족이야기지만 깊은 감동을 줘서 고마워요. 여울양의 가족들이 다시 모여 서로 툭툭 건드려도 속으로는 기쁠 그날이 어서 오기를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