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지식 클럽 - 지식 비평가 이재현의 인문학 사용법
이재현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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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지식클럽. 제목 참 특이하다. 문득 카프카의 단편 "굴"을 떠올렸다. 두더지 비슷한 동물이 주인공인 그 소설에서는 즐거워야할 생이 오히려 자신을 옥죄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혹여 비슷한 느낌으로 쓴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책 말미에 두더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저항과 전복의 존재로 상징하는 것이니 잘못 짚기는 했다.하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그 느낌이 뭔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현대 사회의 여러 모순 속에서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러나 또한 잘못된 시스템 속에 불안해하고 배신당하다 좌초되는 서민들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부터 시작하여 4대강 사업까지..말도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횡행하는 요즘 시대에 이제 도덕도 감각도 마비되어 그게 그거인가 싶어지는 우리에게 작가 이재현은 재미있게, 하지만 깊이있는 비판을 던진다.

좌빠..(사실 나는 좌파가 아닌 좌빠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

스스로 좌빠임을 밝히는 그의 고백답게 그는 다소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시선은 따뜻해서 그런 그의 펜촉이 따갑지만은 않다. 이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마리안, 된장녀와 같은 상징성 인물들부터 시마과장, 두더지같은 가상의 캐릭터, 리어왕, 선재동자 등의 고전의 인물들과   벅시,  피카소같은 실제 인물들까지 두루두루 걸쳐 인터뷰를 하고 있다.지상최고의 토크쇼라고 해도 되는게 아닌지..
 물론 이런 가상의 인터뷰는 재미와 더불어 위험을 갖는다. 인터뷰에 있어서 인터뷰이의 자질은 카메라의 렌즈와도 같아 인터뷰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보다 인터뷰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확대하게 되니까. 그래서 이렇게 유명한 많은 인물들이 사실은 작가 이재현이 얘기하고 싶은 부분을 보여주는 소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우려를 갖기에는 작가가 가진 소양이 깊고 넓다. 즉 작가가 끌고 가는대로 읽고 나서도 그다지 불쾌함이 남지 않는, 오히려 유쾌함과 새로운 자극이 되는 좋은 인터뷰집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소 어렵고 꽤 복잡하다. 작가의 지식의 방대함에 감탄하게 되지만 좀더 간추려서 깊게 파보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를 가지고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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