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관련한 여행책은 무수히 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라 자기의 특기를 살려 표지부터 내용의 90퍼센트를 만화비슷한 일러스트로 채웠다. 장난기있으면서 아기자기한 그림들은 부담없고 흥미롭다. 예전 회사를 다니면서 연수로 서유럽을 간적이 있다. 추운 늦가을 파리를 그야말로 수박겉핥기식으로 바삐 지나쳐서 진정한 파리의 멋이 뭔지는 도통 느끼지 못했다. 다만 서울에 비해 오히려 규칙없고 지저분한 거리와 건물들..그리고 뒷골목의 부랑자들과 어두운 얼굴의 이민자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파리는 환상이었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난 대체 어떤 연수를 다녀왔던건지..뒷골목만 헤맸다) 그때 한달째 배낭여행이라는 한국여학생들을 만났는데 그녀들의 얘기.. "첨에는 좀 지저분하고 정신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파리가 제일 좋아요. 자유롭고 ...다른 지역은 친절해도 외국인에 대한 경계과 무시가 있는데 여기는 불친절해도 있는그대로 받아준다는 느낌?! " 그 말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그게 바로 파리가 가진 힘이구나..싶고... 그녀들처럼..그리고 이책의 저자 생갱처럼 파리를 여행할때는 절대 관광회사의 깃발부대들처럼 씩 지나가면서 기념사진만 찍고 그래서는 안될것 같다...적어도 1주일? 그 이상은 지긋이 다리를 풀고 앉아 파리지앵처럼 생활의 향기를 느껴보는것.. 그래야 제대로 여행을 했다고 할수 있을거다. 그래서 대학생때 그리고 백수때 여행을 하라고들 하나 보다. 직장인이 되면 돈은 된다 쳐도 시간때문에 힘드니까.... 생갱의 이 책은 저자가 젊은 프리랜서인것답게 내용도 가볍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와 취향이 비슷해 파리에서 갈수 있는 각종 박물관의 견학얘기도 다양하게 풀어놔서 다른 책들에 비해 유익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책은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 일러스트와 가벼운 감상 위주라 파리에 대한 좀더 깊은 정보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모자를것 같다. 깊은 성찰보다는 짦은 감상속에 말 그대로 파리지앵놀이를 한 젊은 여인의 여행기답다. 하지만 그런점이 "언젠가는..파리에 가야지" 라는 막연한 꿈을 가진 젊은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택일수 있겠다. 희망 고취라고 해야하나.. 한권을 금방 읽는데 전혀 지루함이 없을테니까 . 커피 한잔 마시며 그림을 보며 즐겁게 읽고 나도 꼭!이라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분좋은 책이다. 언젠가 파리를 가려는 젊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빨리 가시라. 돈보다는 시간이 많을 바로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