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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부모의 오답백과
앨리사 쿼트 지음, 박지웅 외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어릴적 동네아이들과 함께 피아노학원에 다닌적이 있다.
좀 차가웠지만 이쁜 선생님의 아파트에서 피아노 몇대를 나란히 놓고 아이들과 함께 딩동거리며 배우던 그 시간은 다소 긴장됬지만 재미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배우는게 조금은 느렸던 듯 싶다. 선생님이 지켜보고있으면 더 긴장되서 자꾸 실수를 하고 그러다보니 월반은 순조롭지 않았다. 어느날 내 진도에 대해 엄마가 선생님에게 물어봤었나보다. 얘는 왜 다른애들처럼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느냐고..그리고 나서 내게 전하던 엄마의 한마디. "네가 느리대. "
매우 간단했고 그외 다른말도 없었지만 난 그달로 피아노를 그만 뒀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피아노는 거기까지였다.
이책 "영재부모의 오답백과"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 묻어두었던 그 기억이 왜 다시 생겨났을까.
누구나 겪는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거기엔 엄마와 아이들의 경쟁심. 스트레스가 다 포함되있었기 때문일거다. 즐겁게 음률을 즐긴다기에는 늘 긴장되던 선생님의 지도. 그리고 엄마들끼리의 경쟁심.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보다는 빨리 진도를 나가는 아이에게 촛점을 맞출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지금도 그럴까?
"느리대" 라는 그 단어에는 비교가 숨어있다. 다른 아이보다 느리대. 느리면 열등한거고 빠르면 우수한거다. 즐긴다 좋아한다는 그 하위 개념이다.
아니 느리면 뭐가 어떻다는건가.
이제 성인이 되어 한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지금..그 단어를 생각해보면 잘못된 기준에 쫒기며 살아온 시간들이 슬프고 비참해진다. 또래보다 단어를 많이 알고 진도를 빨리나가면 그아이는 성공하는건가..그래서 과외를 시키고 학원을 보낸다. 반의 석차로 그아이의 가치를 증명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광풍에 쌓여있다. 피아노도 그림도 체육도 수학도 ....진도가 빠른 아이보다 늦어도 스스로 즐길수 있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때 더 행복하고 주체적일수 있다는 건 왜 모두 무시하는걸까. 일뿐만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교육도 깊이보다는 상대적인 속도로 평가하는 이 광풍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다.
한국의 엄청난 교육열...그것도 나라안에서만 서로 피튀기는 소모적인 경쟁..미국은 다르겠지..하는 기대를 가지며 미국인인 저자의 이책 "영재부모의 오답백과"를 읽었다.
놀란건 자신의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어하는 과잉교육열의 부모는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부모의 욕심앞에서 진짜 영재마저도 불행해질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교육에 있어 부모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중 하나가 교육과 관련된 업체들의 이익추구라는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같은 천재들도 어릴때는 바보소리를 들었다. 모짜르트..그리고 최근의 마이클 잭슨 같은 천재들은 어릴적부터 두각을 드러냈지만 오히려 부모의 욕심과 강압속에 재주만 키우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런 것을 상기하면서 읽어보자.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그리고 부모도 행복해지는 진리를 세세하고 심도깊게 알려주는 책이다.
더이상 또래들과의 경쟁만으로 영재를 결정짓는 바보짓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