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키
존 윈덤 지음, 정소연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혼잣말들을 많이 한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대사를 전달하는 한 방법으로 쓰이기 때문에 그렇지 사실 실생활에서 혼잣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은 우습다. 우습다 못해 심한 경우 미친 사람으로 오해받기 딱 십상인 것이 바로 '혼잣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매튜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아버지가 발견한 매튜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혼잣말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언쟁을 벌이고 싸우는 듯한 매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대화를 나누는 매튜, 매튜는 그 존재의 이름이 초키라고 했다.

 

이 소설은 1968년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세련됐다. SF라고 하면 외계에서 생물체가 날아들고, 무언가 생경한 것들을 무기로 삼거나, 이상하게 생긴 외계생물체와의 만남 정도까지만 생각하는 내 상상력의 한계가 부끄럽다. 매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초키는 외계에서 왔다. ET나 스타워즈에서처럼 지구인이 보기에 기이한 외모를 가진 생물체로 매튜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초키의 마음이 매튜에게로 왔다. 그리고 매튜에게 외계지성의 눈을 뜨게 하여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보는 것들을 다르게 보게 하고, 아직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의문과 의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부여해준다. 초키가 매튜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어리지 않으며, 너무 다 자라버려서 자기만의 고집으로 똘똘 뭉쳐져 버린 어른이 아닌 존재를 고르는데 매튜가 적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린 마음을 가졌을 것! 아마도 이 이야기의 키포인트는 이것이 아닐까? 열린 마음을 가진다는 것.

 

일단 이 이야기가 SF냐 아니냐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를 가진 엄마 혹은 부모된 입장에서 볼 때 아이가 혼잣말을, 아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도 지속적이면서도 꾸준히, 그건 심각한거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이름이 있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떤 부모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외국도 다르지 않아 매튜의 엄마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가 알까 쉬쉬하고, 적당히 저러다 말겠거니 하면서도 상태가 심각한 것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아빠는 조금 다르다. 일단은 믿어주기로 한다. 자신은 미친 게 아니라고 말하는 매튜에게 초키란 친구가 정말 있다고 믿어'주기로' 한다. 믿게 되었다는 것과는 다르다. 아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으로 하자는 식이었다, 처음엔. 하지만 조금씩 매튜의 일관된 이야기와 행동,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자신도 점점 초키의 존재를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튜의 엄마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네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매튜 아빠는 조금 다르다. 그런게 어디 있냐며 윽박지르고, 아이를 울리는 것과는 달리 조금씩 조금씩 매튜의 마음을 열어, 있는 그대로를 말하게 도와준다. 처음엔 거짓으로라도 믿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러면서 아이와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모습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를 이해하기는커녕 불신하거나 심지어 미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저 공부, 공부, 공부 그리고 일등, 일등, 일등만을 위해 아이를 몰아세우고, 가장은 그런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이가 아버지의 얼굴 보기도 힘든 세상으로 내몰려 있다. 누구를 위한 일이며,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의심스럽다. 아이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아이들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 아버지로 만들어버린다. 아이들은 누구를 위한 공부인지도 모르고 학원으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돈다. 물론 이 책의 매튜는 아직 부모와의 관계가 많이 단절되지 않은 아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라고 해서 우리는 '네가 뭘 안다고 그래?'하는 식으로 무시하기 일쑤이다. 아이는 아이만의 세상이 있다. 조금이라도 허튼 소리를 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아이의 진심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늘 아이와의 교감이 필요하다. 그렇게 아이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닫아버렸기 때문에 우리에겐 더 이상 초키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SF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을 없애 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