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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ㅣ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사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하다. 다만 아이들의 천국이며, 땅의 절반이 숲과 호수로 되어 있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 북유럽 최대의 성당이 있는 곳.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라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라이며 해안가를 따라 한가롭게 거닐기 좋은 섬이 있고 유르고르덴과 같이 화려한 건물, 천만이 되지 않는 인구를 가진 나라라는 것 정도를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제외하고 문학을 통해서 알게 된 스웨덴은 <밀레니엄>시리즈로 나의 뇌리에 깊에 박혀버린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작가, 그리고 두번째로 읽게 된 스웨덴 작품인 <비스트>를 통해서이다. 문학을 통해서 알게 된 스웨덴은 검색을 통해서나 혹은 여행서적을 통해서 알게 된 스웨덴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내가 접하는 문학이 장르문학이다보니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스웨덴의 범죄는 너무나 끔찍하다. <밀레니엄>시리즈도 재미만으로 따지자면 내가 여태껏 읽어 온 그 어떤 책보다도 재미있는 책 중의 하나였지만 사실 내용만으로 보자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번에 접하게 된 <비스트>라는 작품도 역시 작품의 재미나 완성도면에 있어서는 흡족했지만, 내용과 소재 자체만으로는 정말 접하고 싶지 않았던 소재였다.
아동성폭행. 세상의 모든 범죄가 다 죄에 대한 댓가를 반드시 치뤄야 할 범죄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성범죄, 또 그 중에서도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정말 쉽게 다루어져서는 안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것도 아직 모든 것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인생을 점진적으로 죽이는 범죄인 아동성범죄는 단호히,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솜방망이 처벌에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보니 <비스트>를 읽고 어쩌면 공감을 더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4년 전. 손 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소녀 둘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소녀들은 모두 머리에 정액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모두 성폭행의 흔적이 있었으며, 그녀들의 항문과 성기는 어떤 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날카로운 쇠붙이 모양의 도구로 고문당하듯 여러 번 찔려 손상당하였고 법의학적으로 보아 그 때 그 소녀들은 살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인 짐승만도 못한 놈의 이름은 룬드이며, 그는 4년쯤 뒤 이송되던 중 탈주하였다. 놈의 프로파일대로라면 탈주와 동시에 또다른 범행을 계획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를 형과 함께 나눠야 했던 프레드리크는 형이 자살을 선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외동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프레드리크는 불행한 가정의 기억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마리에게만큼은 지극정성이다. 그런 마리를 그 짐승같은 놈 룬드에게 빼앗겼다. 그 작고 귀여운 다섯 살 소녀를 처참한 주검으로 맞이한 프레드리크는 엽총을 들고 짐승사냥에 나선다.
한참 인기를 끌었던 책이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 교수 마이클 센델의 유명한 강의 <Justice>는 수 많은 하버드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처럼 전 세계인들에게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란 어떤 것인가. 죄를 지은 자에게는 그 죄에 합당한 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다섯 살,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는 총을 들고 짐승보다 못한 아동연쇄성폭행범의 뒤를 밟았다. 그 놈은 여전히 아이들이 많이 있는 유치원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고, 그 놈의 주머니엔 점찍어 둔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있었다. 지금 그 놈을 잡아 넣지 않으면 또 다른 아이가 공포 속에서 온갖 추악한 일을 당하며 죽음에 이를 것이다. 그래서 방아쇠를 당겨 그 놈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살인이라는 범죄가 일어난 순간이기도 하고 또다른 범죄를 막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 아버지는 민간인이었기에 그의 단죄는 범죄가 되었다. 그는 법을 집행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일어나곤 하는 아동에 대한 성범죄. 여아와 남아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며, 학교 안에서도, 학교 근처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상상하기도 싫지만 프레드리크가 겪었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면 나라고 그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굳게 믿고 있던 정의에 대한 신념마저 버리고 살인을 저지른 자신에 대한 회의와 자신의 전부라고 믿었던 딸아이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하여 삶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한 남자에게 죄의 댓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것이 우리 사회가 말하는 정의라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일이다. 소설 속에서는 그에게 내려진 평가가 민중들에게는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모방범죄로 나타났다. 모든 일에 대해 이중잣대를 가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분노와 함께 읽어갔지만 결국은 씁쓸함만 남기고 만 <비스트>. 제발 이런 일이 세상 어디에서도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