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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작고 얇고 동화같은 표지를 보자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책을 손에 들고 가볍게 촤라락 넘겨보니 동화품의 일러스트가 여러 장 담겨 있었다. 뭔가 예쁜 이야기이겠구나 짐작되었다. 세상에 전쟁이 없었다면 그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들은 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1946년.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해이다. 1945년 제 2차 세계 대전은 종결되었지만 전쟁의 피해로 많은 아이들이 고아가 되었고, 도시는 어둡고 추웠다.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슬롱스빌의 거리. 부모를 잃은 아이들. 포로 수용소에 수감되어 두 번 다시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된 사람들. 이도 저도 아니게 전쟁 통에 사라진 이들. 서로의 부모이고, 아내, 남편이고 자식들이었던 이들이 사라져 그저 조용히 땔감을 구하고 누군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조용한 눈길만이 전부인 시절과 거리. 아무 이야깃거리도 없는 이 슬롱스빌의 거리에 기이한 소문이 떠돈다. 바로 '가위소년'이야기. 가위소년은 이웃의 옷에 별모양의 구멍을 내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 가위소년은 누구이고, 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슬롱스빌 시립 고아원에는 고아원 생활에 아무 불만도 없는 것처럼 행복해 보이고, 가장 힘이 센 아이도 아니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권위를 발휘하는 미셸이라는 아이가 있다. 상식과 농담 섞인 한 마디만으로 아이들 사이의 싸움을 해결해주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기쁨을 전해주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 미셸이 사랑하는 에리라는 소녀가 있었고, 어느 날 밤 그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에리를 위해 미셸은 눈 덮엔 거리를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니다 한 거지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할머니는 별이 가득한 심장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방법이라면 실패할 일이 없지.슬롱스빌에서 서로 다른 아홉 가지의 사랑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야한 한단다. 이 일을 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열흘이다. 그런데 더 어려운 일이 있어. 바로 그 사람들 모르게 옷을 별 모양으로 오려야 해. 아홉 개 조각을 모아 내게 가져오면 내가 그 별들을 꿰매서 별이 가득한 심장으로 만들어줄 테니. 그것을 에리에게 갖다 주면 된단다.......그 별 심장이 있더라도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열 번째 별인 비밀의 별. 그게 있어야 다른 아홉 개의 별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단다." - p36
많은 감정들이 죽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이 이야기는 한 편의 마법과도 같은 동화이다. 추운 길거리에 앉아 두꺼운 망토를 걸치고 지나가는 고아에게 빵 부스러기라도 얻어 먹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슬롱스빌 거리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아홉 개의 사랑을 찾는 미셸. 세상에 물들어버린 어른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모른 척 지났쳤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미셸은 그 어둡고 추운 슬롱스빌 거리에서 진정한 사랑 아홉 개를 찾아냈다. 낭만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사랑, 자식, 친구, 책, 동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까지. 그리고 그 아홉 개의 사랑을 엮어서 만든 별을 완성시켜줄 마지막 비밀은 바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반드시 표현해야 했다. - p.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