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싸리 정사 화장 시리즈 2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우아한 미스터리라고나 할까? 아마도 이야기의 배경이 다이쇼 시대라는, 이른 바 1912년에서 1926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주인공들의 성향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뭔가 옛스럽고 그런 옛스러움이 죽임을 당한 사람이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배어 있어서 요즘의 사이코패스적 살인마에게서는 볼 수 없는 우아함 같은게 느껴진다.  렌조 미키히코의 화장(花葬) 시리즈 첫 편인 '회귀천 정사'에 이은 '저녁싸리 정사'에서는 <붉은 꽃 글자>, <저녁싸리 정사>, <국화의 먼지>라는 3편의 단편과 함께 작가의 유머 미스터리 연작이라는 <양지바른 과 사건부> 세 편이 더 실려 있다.

 

화장(花葬)이라는 것은 '꽃으로 장사지내다'는 뜻으로, 각 단편의 이야기 속에는 꽃이 복선이기도 하고, 트릭이기도 하고, 죽음의 메세지이기도 하며 때로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미스터리물이기 때문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죽임을 당하고, 살인자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사이코패스적 살인마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 즉 누군가를 강렬히 가지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욕심 등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억누를 수 없는 어둠이 발현하고 그 어둠 안에 위태롭게 사랑이라는 것이 자리하여 조금은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조용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이 맺어지지 못해 화사하게 피어나지 못한 채 지고 마는 꽃처럼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 죽음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고 그 이면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놀라운 반전이 자리하고 있다.

 

앞의 화장 시리즈가 품격있는 우아한 미스터리를 보여준다면, 뒤에 실린 <양지바른 과 사건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한가로운 다이토 신문사의 자료부 제 2과. 너무나 한가로운 나머지 따뜻한 볕을 즐길 여유까지 있다 해서 양지바른 과~라고 불리지만 어찌보면 비꼬는 듯 한 느낌이다. 사회부에서 한직으로 물러나 가족들과도 데면데면한 시마다 과장, 동료 기자와의 연애 사건으로 심사가 복잡한 아이코, 촐싹대는 쇼타, 집을 나간 아내를 기다리면서도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로쿠스케. 살인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 앞에 기이한 사건들이 나타나고 깨알같은 유머와 함께 그들의 지루한 일상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화장 시리즈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미스터리와는 반대로 가볍고 발랄한 대사와 코미디와도 같은 주인공들의 행동묘사가 재미있는 유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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