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뮤직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5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시리즈 제 5편, 트렁크 뮤직. 책을 덮는 순간에 또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고독한 형사 해리 보슈의 또다른 사건 하나가 종결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 그리고 아, 이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는 정말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까지! 국내에 출간된 마이클 코넬리의 모든 작품을 다 가지고 있고, 다 읽었지만 조금 더 재미있다, 아니다 정도지 아직 크게 실망한 작품이 없다는 것은 그의 작가적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시리즈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시리즈를 간혹 비교들 하기도 하고, 실제로 현재 스릴러 소설부분 수상이 코넬리냐 디버냐 하는 판이라 비교대상일 수 밖에 없는데 디버의 소설과 코넬리의 소설은 내가 보기에는 다르다. 일단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인 보슈와 라임은 해결방법 자체가 다르다. 보슈는 형사라는 동물적 감각에, 라임은 증거물에 의존한다. 보슈는 형사조직 안에 들어 있으면서 사건해결에 이런 저런 압박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라임은 경찰조직에게 도움을 주는 외부인으로 압박이 많지 않다. 보슈는 고독한 로맨티스트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늘 어떤 이유로 사랑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라임은 안정적이다. 전신마비라는 상황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사건 해결에도 감정적으로도 온전히 라임의 편에 서 있는 섹시한 여형사 아멜리아 색스가 있으니까. 결정적으로 범죄자의 유형이 다르다. 보슈는 사회적인 범죄, 조직적인 범죄를 많이 다룬다면 라임은 반사회적 성향의 사이코패스들을 많이 다룬다. 두 작품은 느낌이 너무 달라서 어떤작품이 더 좋은 스릴러물이냐, 보다는 어떤 작품이 더 내 취향에 맞느냐로 구분하는게 옳다고 본다.

 

사실적인 범죄와 경찰조직의 묘사, 거기에 다크 히어로라고 불리는 해리 보슈. 마지막 보이스카웃이랄까. 늘 경직된 조직생활에는 걸맞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보슈는 거칠고 감에 의존하는 하드한 형사다. 그렇지만 피해자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사건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우직한 심성으로 전진만 할 줄 아는 제대로 된 형사다. 개인적인 과거사로 인해 약간은 어두운 느낌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모든 것을 버릴 줄도 아는 로맨티스트. 1년만에 제대로 된 살인사건을 맡아 헐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팀으로 돌아온 보슈는 복귀 후 첫 사건이라는데 흥분하여 어느 때 보다도 활기차게 사건을 진행해 나간다. 단순강도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이 마피아와 관련된 사건으로 커지고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스트립 클럽, 조직폭력배등으로 사건이 확장된다. 다른 보슈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찰관료주의, 도심 한 복판의 약자와 강자, 그리고 보슈의 연인이 얽히고 설켜있다.

 

처음 보슈 시리즈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범죄 스릴러가 가지는 사건해결방식,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반전등에 눈이 더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슈라는 캐릭터에 이미 애정을 가진 독자라면 반전 따위는 이미 아무것도 아니다. 고독한 아우라를 마구 풍기는 보슈의 담배연기를 따라 사건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우리의 인생이 보이고, 그리고 화려하게만 보이는 도시의 이면에 얼마나 안타까운 약자들이 많은지, 이 도시의 불빛이 그들의 삶을 빼앗아 밝히고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단순히 사건 하나를 마무리 하고 끝내는 스릴러가 아니라 그 안에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의문이 들어 있고, 메세지가 들어 있는 코넬리의 작품. 역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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