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복소함수론에 관한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코시-리만 방정식을 얘기한다. 이 방정식 없이 리만의 복소함수론을 파고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함수가 무엇인기 먼저 얘기해야 하나? 학교 시절의 수학을 떠올릴 만한 몇 가지 예를 들면 되려나? 일반인에게 수학은 상식이 아니다. 입센을 연구하는 저명한 문예학자이자 교수도 수학 상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며 전문 분야만 아는 바보로 낙인 찍힌 적이 있다.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울 만큼 배운 지식인조차도 기초 함수의 개념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입학시험을 보려면 이런 기본적인 수학 공부가 필수인데, 당시 그런 시험을 통화했으니 인문학자나 교수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상식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인지, 한두 명도 아니고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하니 정말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136
수학자들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도 타지 못한 채 나이 40이 넘어버린 수학교수가 있다. 그는 실종상태이다. 그의 실종을 수사하는 경찰에게 그의 딸은 아버지의 컴퓨터를 뒤져서 아버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파일들을 가져온다. 평생 수학 공식과 씨름하며 소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대에 난제를 남기고 떠난 19세기 천재 수학자 리만의 평전을 쓰기로 마음먹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멋진 글쓰기를 위해 강좌에 등록한 그는 같은 강좌에 다니며 그가 쓰는 리만의 평전과 수학에 관심을 보이는 독일어 강사 잉빌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가 가족간의 평화에 금이 간다는 것을 느끼며 한편으론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이 타인들이 생각하는 '수학'이라는 것처럼 혹은 자신이 그토록 관심을 갖는 '소수'라는 것처럼 누군가의 기억에서 사라진 기억이 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던 자신에게 찾아온 열정이라는 것에 기뻐하며 리만의 평전을 쓰는데도 힘을 내게 된다.
작품 속의 수학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공교육이라는 것을 받으면서 공부했던 수학이라는 것이 교육의 세상에서 발을 꺼냄과 동시에 어쩜 그렇게 쉽고 빠르게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지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렵다고까지 느꼈던 것은 바로 작품 안에서 나오는 수학에 대한 이야기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띄엄띄엄 읽어가며 역시 수학은 어려워, 라고 느꼈는데 그렇게 어렵게 끝을 내고 나니 느껴지는 것은 수학에 대한 주인공의 애정이나, 그의 외도 혹은 그의 실종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40이 넘은 평범한 가정의 가장. 수학으로 교수라는 이름을 얻기는 했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그 어떤 것도 이루어 내지 못한 그야말로 평범한 삶. 집 안에서도 학교에서도 그가 사랑해마지 않는 소수처럼 미미한 존재. 그리하여 세상에 난제를 남긴 리만의 삶에 기대어 보려했던 중년의 삶. 다시는 불타오를 것 같지 않던 그 삶에 나타난 열정적인 사랑을 드러낼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삶에 지친 그가 선택한 것은 그저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 다였던 것이다. 존재감 미미한 소수처럼 살고 싶지 않았던 한 남자의 삶이 오히려 수학공식보다도 마음에 남았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