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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용기를 잃지 마, 너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어딘가 틀림없이 있어."
일상화되는 폭력에 시달리는 이 아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헤븐>은 싱어송라이터로 영화배우로도 극장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담당하는 음악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치고 있는 젊은 여류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작품이다.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고, 처음 쓴 중편소설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2007년에는 드디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20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당대 최고의 여성작가에게 수여하는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는 것이 책날개의 설명이다. 참으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날개의 내용대로라면 내용 또한 기가막히게 멋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불편'했다. 불편하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했다고 하는게 어쩌면 내 진심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학내 왕따들의 이야기이다. 겨우 중학생인 주인공 남학생 '나'와 여학생 '고지마'는 각기 한 반에서 왕따로 불리며 온갖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온갖 폭력에는 육체적 폭력부터 언어적폭력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만큼의 폭력이 들어 있다. 사팔뜨기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새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이 사팔뜨기이기 때문에 사팔뜨기가 아닌 이상 이 괴로움은 일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황을 뒤집거나 대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무작정 당하고만 있다. 고지마는 더럽다. 잘 씻지도 않고 지저분한 옷을 입고 다니는 통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 고지마에게는 자신을 더럽게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 의도한 행위이고, 고지마 또한 이를 받아들인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고지마에게서 너와 나는 같은 편이라는 내용의 쪽지가 날아들고 둘은 서로에게서 위안을 받게 된다.
사실 왕따라는 문제는 성장소설이라면 아마도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 많은 수의 소설에서 다루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왕따를 어떤 방식으로 당하느냐,하는 문제는 사실 그닥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설들에서 왕따문제를 다룸에 있어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교훈을 강조한다든지, 극적인 화해를 시도하는 것도 어폐가 있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너무 극단적이고도 도를 넘는 왕따의 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의 불쾌감은 차마 상상도 못할 정도의 폭력이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모습에서 가슴이 다 두근거릴 정도의 크기로 다가왔다. 도대체 설마 이렇게까지나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폭력 앞에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나는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진실이고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혹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이 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뉴스보도나 인터넷기사 등을 통해 알려지는 우리나라의 실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들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는 건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정말 무섭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고 감싸안는 분위기 속에서 모른 척 덮어두거나 별 일 아닌 듯 무심히 지나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학교대로 쉬쉬하며 사건을 축소하려고 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무조건 자기 아이만 감싸려고 하는 풍토. 학교 내 폭력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할 국가적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현실 속에서 왕따라는 문제는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진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저 1등만 강요하고, 돈이면 뭐든 된다는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 무한경쟁이 아이들에게서 '마음'이라는 것을 모두 빼앗아 가버린 건 아닌지 정말 걱정이 되고 슬픈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