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아론 랠스톤의 위대한 생존 실화
아론 랠스톤 지음, 이순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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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좀 살만해지고,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지 않게 될 때쯤 사람들은 이제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라는 새마을 운동이 있었을 때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일할 수 있으면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늦은 저녁 한 번 끓인 된장찌개가 두 번, 세 번 끓어 국물이 졸아도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은 가족의 기쁨으로 대치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일만 하고 살다가 늙어버리는 인생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야말로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가 진리랄까? 다 늙어서 이제부터 인생을 즐기자 한들 늙은이가 뭘 얼마나 즐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행을 가도 젊어 힘이 있을 때, 놀아도 제대로 신나게 놀 수 있을 때 놀자는게 요즘 주의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묶어 주말이 되고, 주말에는 당연히 어디론가 짧은 여행을 가던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주말의 예가 되었다.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라고, 그저 마음 속에만 묻어둔 '꿈'이라는 존재를 그저 꿈으로만 남기지 말라고...

 

여기 한 젊은이가 있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인텔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었던 아론 랠스톤. 그는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하고 자연을 만끽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대자연의 품은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삶의 일부였고, 더 많은 산 정상을 밟아보고 싶다는 계획은 사회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이 시키는 일,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과감히 엘리트코스라 불리우는 궤도에서 이탈한 그는 스포츠 용품점에서 일하며 대자연의 품속으로 뛰어든다. 2003년 4월, 그는 유타주의 협곡으로 여행을 떠나고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홀로 떠난 그 여행에서 협곡 사이에 돌과 함께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돌은 협곡 틈으로 끼었고, 그 때 자신의 오른팔도 함께 끼어 버렸다. 이제 그는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미국 전역에 보도되어 큰 반향을 이끌어 냈던 이 청년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단순히 사막 한 가운데서 조난당한 한 남자가 자신의 팔을 직접 끊어내고 탈출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이 이야기를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물론 자극적인 그 한 마디, 스스로 자신의 팔을 끊고 사막을 횡단했다는 그 문장은 정말 강렬하기 그지 없다.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며 어떻게 자기 팔을 스스로 끊었을까가 제일 궁금했었으니까.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이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이 팔을 끊는 방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라는 옷을 벗어 던질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앞서 읽은 <마흔살의 책읽기>에서도 작가가 말한 것처럼 하고자 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 꿈이라고 마음에 새긴 일을 미루면 한도 없다. 그저 꿈으로 끝날 뿐이다. 또한 사고가 난 뒤 이제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을까, 나를 구조하러 오려면 얼만큼의 시간이 있으며 그 시간동안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죽을 병에 걸린 사람, 대수술을 받은 사람들도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을 때 더 쉽게 회복되거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적을 일궈낸다고 한다. 어찌보면 아론 랠스톤도 기적을 일궈낸 사람이다. 로프와 칼, 물 500ml, 딱딱한 빵 두 조각만으로 사막 한 가운데에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로 127시간을 버텨낸다. 굶어죽거나, 팔이 썪어 들어가는 이유로 죽거나 어쨌거나 죽을 거라면 팔을 자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결단력이다.

 

세상은 모든 행동하는 자의 몫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가까이에 행복이 있다한들 다가가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는 사이 내게로 온 행운도 손가락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빠져나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행동하는 삶,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삶만이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걸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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