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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12살. 자기가 아는 것이 세상 전부인 줄로만 아는 나이 12살. 알만큼 아는 나이기도 하지만, 아는만큼 움직이기는 어려운 나이 12살. 한참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TV드라마 <케빈은 12살>이 생각이 난다. 딱 사춘기에 접어든 케빈은 좋아하는 여자아이 때문에 마음아파하기도 하고, 부모님, 형제, 친구들과의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드라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초등학교 5학년의 신이치, 나루미, 하루야도 그렇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 이야기는 동심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조금씩 위험한 경계를 걷도록 한다.
아빠가 죽고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 쇼조와 살게 된 신이치, 신이치의 할아버지인 쇼조가 몰았던 배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나루미,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하루야는 정상적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은 멀어져 있다. 신이치와 하루야는 전학을 왔고, 전학 온 첫 날 누구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종류의 가방을 매고 등교했다. 그들의 위화감에 포스트 잇을 붙여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교우관계에서 겉도는 신이치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이치의 할아버지 배에 타고 있다가 목숨을 잃은 엄마를 둔 나루미이다. 그리고 드라마에나 나올 것처럼 혼자가 되어버린 신이치의 엄마와 나루미의 아빠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며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해변가에서 소라게를 잡고, 소라게를 불로 지져 소원을 빌면서 소통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속으로부터 끄집어 낸다. 미워하는 친구가 다쳤으면 좋겠다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작은 소원에서부터 기어이는 엄마의 애인이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잔혹한 바람까지 이른다. 그럼에도 자기가 마음 속으로 빌었던 그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질까 겁내하는 아직 여린 아이일 뿐이다. 무작정 어른인 채, 무작정 남을 위하는 채 하기에는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너무 가깝기 때문에 사랑과 질투가 공존한다.
12살의 나이, 사춘기의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현실이 너무 무겁기만 하다.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고, 엄마와 아빠라는 사람은 어쩌면 엄마와 아빠이기 이전에 그저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일 수도 있다. 가슴에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 12살 꼬마라고만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제 막 남편을 잃은 마음을 메꿔줄 남자를 만난 엄마라는 여자는 다 이해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은 각기 깊고도 깊은 상처를 가졌으면서도 그 상처를 낫게 할 연고 같은 걸 서로에게 사용할 생각은 못한 것 같다. 소년은 소년이라서, 엄마는 엄마라서...
"나 말이야. 아빠가 만나는 상대가 도네 군에 엄마였다는 거, 사실은 계속 알고 있었어. 전에 도네 군한테 어느 토요일에 관해 물었던 거 기억하지? 도네 군네 집에서는 뭐 했느냐면서. 그때 도네 군은 엄마도 집에 있었다고 했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런 건 얼굴 보면 다 안단 말이야. 하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지....그러는 편이 어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중략) 이제 도네 군을 못 본다니 섭섭했지만, 도네 군네 엄마도 볼 일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 나, 마음이 놓였어. 아빠가 다시 내게로 되돌아와 주겠구나, 하는 생각에...어른이 되는 건 정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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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진짜 어른이 되기는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