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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칭찬 일색의 작품인지라 무척 기대에 차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앞서 읽었던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었을 때 느꼈던 느낌만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좋은 장편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었기에 더더욱 기대했다. 지인의 짜디 짠 별점을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대를 반감시키진 못했다. 그저 읽기만 하는 주제에 누군가 이 작품을 읽겠다고 한다면 우선은 이런 충고를 하나 해주고 싶다
"단숨에 읽어라!"
첫 장을 읽기 시작한 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내가 읽었던 것이 꿈이었던가, 어제 읽었던 것이 이 책의 내용이었던가 가물가물해진다. 단숨에 읽는다고 그 미스터리를 모두 풀 수 있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시간을 두고 편안하게 한 권을 모두 읽어내릴 수 있을만한 시간을 선택해서 읽기 시작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기 일쑤일테니까.
책의 말미에 평론가의 해설이 있다. 오호, 해설씩이나...해설자도 말한다. 스포일러 없이 이 책의 서평을 써보고 싶다고. 이 이야기는 마치 다섯살짜리 아이와 끝도 없는 이야기 만들어 내기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의 이야기이다. 끝이 났는가 하면 다시 시작이고, 시작인가 하면 끝처럼 보이는, 도무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이 책이 재미가 없어서 혹은 다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서평이랍시고 쓰기 시작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이야기일 뿐인지라 더 이상 쓸 말도 없다. (서평쓰기 참 어려운 책)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어둠 속에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모았네
내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는 세 마리뿐인데
하얀 고양이, 까만 고양이, 얼룩 고양이
나는 차마 불을 켜지 못했네
자, 이야기를 계속해봐. 잠이 들지 않도록. 이젠 지쳤어. 모르겠어. 어디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도. 이렇게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글쎄, 최소한 지루하다는 느낌은 가질 수 있잖아. 그리고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니야. 매번 변하고 있어.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면서 -p.11
이야기의 가장 시작. 이 부분이 이 미스터리의 모든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되는 이야기. 똑같은 이야기인 것 같지만 매번 변하는 이야기.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이야기. 눈보라치는 날씨에 산장에 같인 여섯 사람. 한 사람씩 돌아가며 끔찍한 꿈을 꾸고 또 한 사람씩 죽어나간다. 여기까지는 그저 흔하디 흔한 밀실살인 정도로 보이지만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되는 79페이지를 읽어가기 시작하면 그런 뻔한 소설은 아니구나, 라는 걸 알게 된다. 이거 참 독특한데, 라고 느끼던 순간. 세번째 챕터를 읽게 되면 이제 혼란스럽다. 이건 또 뭐지 싶다. 별점의 차이는 여기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도저히 이해못할 이야기의 반복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저그런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이해를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들려주는 매일매일 새로운,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면 참으로 신선하고 괜찮은 소설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내의 부정에 분노하여 매일 신혼을 치르고 신부를 죽이는 일을 반복하는 왕이 세헤라자데라는 처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1천1일을 보내게 된다는 천일야화, 혹은 아라비안 나이트가 이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혹은 천명관님의 <고래>를 읽었을 때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기존의 어떤 이야기나 구조에도 빚지지 않은 완벽히 새로운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새로운 재미'를 원한다면 Pick it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