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책이나 영화의 리뷰를 쓰면서 별점 주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겠다고 할지라도 일단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평하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노력과 고통의 시간을 보낸 뒤 탄생한 '작품'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한 때여서 그런지, 조금 감상적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다섯 개의 별로 다른 사람의 산물을 평가한다는 것이 오늘따라 유난히 잔인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정상적인 감정 상태일 때도 별 다섯개는 좀 범위가 너무 좁다. 별이 한 일곱 개에서 열 개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빨간 별 그림이 없으니 조금 심심하긴 하구나...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시라면 모를까.. 한 때는 참 많이 읽는 축에 속했었는데 지금은 시를 읽지 않은지 십 년도 넘은 것 같다. 최갑수님의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은 에세이와 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가끔은 시이고, 가끔은 에세이이다. 그러고 보니 시와 에세이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 매일 죽을 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힘 내~'라는 말은 정말이지 고역이다. 힘이 나지 않아 죽을 것 같은데 힘을 내라니, 어떻게 힘을 내라는 말인지...가끔은 그렇게 주저 앉아 울어도 좋다고 다독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울지마, 힘내, 파이팅 해야지, 라는 말들 뿐이다. 다들 그렇게 달리는 말이 채찍질 하듯 그럴 필요는 없는거다. 나 자신 만이라도 나에게 말해보자. 힘들면 쉬어도 좋아. 그렇게 주저 앉아 울어도 좋아. 바보 같다고? 눈물을 흘리는게 바보 같은 거라고? 아니, 그렇게 크게 아이처럼 울어버리고 나면 뭔가 속에서 큰 덩어리 같은게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게 될 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질거야.

어차피 시간은 기차처럼 지나가 버릴테니까

걱정과 나쁜 기억을 싣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릴 테니까.

한숨 푹 자도록 해, 땅 속 깊이 묻어 놓은 꽃씨처럼.

자고 나면 네 어깨 위에는 따스한 햇빛이 내려앉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을거야.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건, 정말 괜찮아 질 것 같지 않은 시련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저 말장난일 뿐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를 읽은 것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뭐랄까, 현실 따위는 잊어버리도록 최면을 걸어주는 느낌 때문이었달까.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은 생각한다. 한숨 푹 자고 나면 한 번에 나아지지는 않아도, 하룻 밤 잠자고 일어난만큼 조금씩 더 나아질거라는 것을,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은 스스로를 치유해나갈 힘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건

'잘 해보자', '열심히 해보자'

이런게 아니다.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요즘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너무나 달고 치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소풍이라는 것을 잊고 살며,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 보다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그 무서운 곳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만을 이야기하며 전투적으로 살아하고 있다. 조금은 더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자, 그러면 조금은 낭만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뭐 하고 살아왔지? 왜 살고 있었지?

말하자면 그냥 떠밀려 온거야.

마지막 스퍼트를 할 순간에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지 말자는 거다.

 

어느 날, 우리가 지나온 인생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것인데..

 

하하, 말하자면 그냥 떠밀려 왔다니...그냥 밤이 오니 잠을 자고, 아침이 되니 출근을 하고, 출근을 했으니 일을 하고, 때가 되었으니 밥을 먹는 기계와 같은 삶. 낭만이나 감정따위는 없이 그저 떠밀려 가는 삶이란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조금만 천천히, 발걸음을 가끔씩 멈춰가며 누군가 나를 떠밀어서가 아니라 '내 발걸음'으로 '내 인생'을 살아보자.

 

우리가 죽는다면 모든 게 한 줌 먼지로 돌아간다는 건 알고 있고

별들은 끝없이 서로 멀어지고 있고,

우린 또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 거니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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