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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아버지는 방송국 뉴스 앵커야. 사람들이 못생긴 인간을 볼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그럼 네가 못생기게 별하지 않길 바라는게 좋을 거야, 카일. 넌 지금도 가장 중요한 마음속이 흉측하거든. 만약 네 잘난 외모를 잃게 되면 그걸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도, 강하지도 않을 게 분명하고. 카일 킹스버리, 넌 야수같아." -p.16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만큼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카일. 그는 왕자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정도로 완벽하다. 빛나는 금발에 푸른 눈,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 돈 많은 앵커 아버지를 둔 부잣집 외동아들. 그 외모와 돈을 권력으로 휘둘러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의 조건을 가졌다. 그런 그 앞에 켄드라 힐퍼티가 나타난다. 늘 머저리들을 걷어차서 울리고, 좀 더 괴롭혀 주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았던 카일은 고스족에 뚱뚱하고 못생긴 켄드라를 놀려주기로 맘 먹고 파티의 파트너로 초대한다. 사실은 학교의 퀸카 슬로언과 파티에 갈거였으면서 말이다. 단순히 놀려주고 싶었고, 울길 바랬지만 그 여자애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물었다. 이게 진심이었느냐고, 정말 자기를 바보꼴로 만들기 위해 댄스파티 파트너로 초대해놓고는 다른 여자애랑 나타난거냐고. 다른 아이들도 낄낄거리며 켄드라를 비웃고 카일도 켄드라를 바보로 생각했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켄드라는 울지 않았다. 창피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전에 본 오래된 스티븐 킹 영화 <캐리>에 나오는, 염동력으로 싫어하는 애들을 죄다 내던지는 주인공 여자애처럼 강렬한 눈빛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켄드라가 정말 그렇게 하는 장면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죽이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하지만 대신 켄드라는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곧 알게 될 거야." - p.39
그리고 그렇게 카일은 괴물이 되었다. 온 몸이 털로 뒤덮이고 송곳니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손과 발에 손톱과 발톱이 튀어나온, 고릴라도 곰도 아닌 정체불명의 야수로 변한 것이다. 켄드라는 말했다. 카일이 행했던 일들은 모두 못됐지만 그 중 위로가 될만한 작은 착한 일 하나가 있어 기회를 주겠다고. 2년 안에 그의 외모와는 상관없이 그를 사랑하게 되는 그녀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키스를 하게 되면 원래의 모습을 돌려주겠다고 말이다. 자, 이제 과연 그 누가 있어 입술이라 부를 수도 없이 변해버린 그의 얼굴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키스를 해 줄 것인가!!
21세기, 뉴욕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인 <비스틀리>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만 본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우리의 왕자님, 카일. 그는 개구리 왕자처럼 혹은 거대한 성안에 홀로 버려진 야수처럼 마음 착한 공주님을 찾아 2년을 헤매인다. 사실 개구리왕자님은 그렇게 마음씨 좋은 공주님을 만난 것도 아니다. 공을 주워주면 같이 밥도 먹어주고, 잠도 자주겠다고 했으면서 공주님은 공을 주워주자마자 집으로 내빼버렸고, 지성을 가진 임금님께서 그나마 달래고 달래 같이 밥도 먹고 잠도 자다 그만 화가 폭발하여 개구리왕자님을 벽으로 집어 던져버리지 않았던가 말이다. 어이없게도 그 순간 왕자님으로 변했고, 왕자님으로 변한 순간에 왕자님의 미모에 반한 공주님은 사랑을 맹세하고 어처구니없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나마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벨이라는 마음 착한 소녀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이 눈물겹고 진실하다.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채 성에 홀로이 살 던 왕자님은 정원의 꽃을 꺾던 벨의 아버지에게 벨을 데려오라고 하고, 벨은 야수와 함께 성에서 살아가다 집으로 도망쳐 온다. 그러다 다시 돌아가보니 야수는 아파 쓰러져 있고, 그런 야수를 본 벨은 그간 정이 들었는지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하고, 야수에게 마음을 담은 키스를 하고 그 키스에 야수는 왕자님으로 거듭나고 해피엔딩.
카일도 벨과 같은 여인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그동안 무기로 삼았던 외모는 이제 아무런 힘이 없다. 돈이면 다 해결될 것 같았지만, 돈으로도 자신의 외모를 처음으로 돌릴 수도 없으며 더구나 돈으로 사랑을 살수는 더더욱 없다. 그동안 자신을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하며 자신의 곁에 있고 싶어했던 슬로언도 자신의 괴물같은 모습에 몸서리치며 도망쳐버렸다. 아버지라는 사람도 가정부와 눈먼 가정교사를 붙여 감옥같은 집에 버리고 가버렸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도, 그런 자신을 사랑해 줄 여인을 찾을 수도,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다. 카일에게 빛나는 햇살같은 날은 돌아올 것인가.
동화 <미녀와 야수>를 현대판으로 각색했다고 하는 것이 딱 맞을 것 같은 청춘판타지 소설쯤 된다.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세상을 이제 반쯤 살았다고 생각하는 '아줌마'본색을 드러내자면 사실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카일이 벌을 받는다는 의미로(그간 돈 많은 멋진 남자라는 걸 무기로 마구 휘둘렀다는) 괴물로 변했으며, 외모라는 것은 사실 사라져버리는 그 순간 아무것도 아니라고, 사랑을 말할 때조차 외모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그 잘난 마음을 버리라고 그렇게 과한 벌을 준거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카일이 가진 그 무한한 富는 어쩔 셈인지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괴물로 변한 카일이 사는 집은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살던 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가정부가 있고,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몇 배쯤 되는 돈을 받으며 미래를 보장받기로 약속한 가정교사가 있다. 카일의 마음에 드는 여자애를 데려오기 위해 아버지가 카일을 버려둔 죄책감으로 두고 간 신용카드를 무한정 긁어 완벽한 인테리어를 해둔다. 자신의 모든 잘못을 깨닫고 착한 남자로 변했다고 해도 그 남자가 가난하다면, 어느 슬럼가에 데려다 놓고 사랑을 고백한다고 해도 그 사랑이 먹힐까 싶은거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바로 3월이면 영화가 개봉을 한다고 한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남자배우 알렉스 패티퍼와 스타일리쉬의 대명사 바네사 허진스, 백만장자 쌍둥이 중 메리케이트 올슨이 주연을 맡았다고 하니 헐리우드에선 정말 핫한 영화로 손꼽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붙은 띠지 위의 포스터를 봤을 땐 바네사가 마녀인 줄 알았다.


※카일의 가정교사로 나오는 윌역의 이 남자, 누군지 기억나시나요? 보는 이가 연식이 좀 있어야만 알 수 있는 이 남자
정답은? ->[ 천재소년 두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