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착한 사람을 두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과연, 그 착한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수 있을까?

그 착한 사람은 법 앞에 죄없는 사람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요즘처럼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세상에서 아마 그 착한 사람은 법 때문에 눈물 흘릴 일도 있을지 모른다.

 

법정의 역사라는 책.

법에 일말의 관심도 없었던 나,

고등학교 시절 법이 나오는 부분은 정말 싫었던 내가

왜 이 법정의 역사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바로 책의 맨 앞에 쓰여 있는

'진실과 거짓사이의 끝없는 공방'이라는 한 줄 때문이었다.

 

TV와 인터넷, 신문지상에 있는 모든 법적공방들을 보라.

어느 누구 하나 내말은 틀렸고 상대방의 말이 옳다는 사람은 없다.

내말이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이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말들을 한다.

 

그들 중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

 

둘 중 한사람은 진실이고 한사람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그 진실과 거짓을 밝혀낼 자는 누구인가..

 

진실과 거짓사이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법정에서의 시간은 길어지고,

법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세기의 심판이라 불리웠던 O.J심슨의 경우도 그러했을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드림팀이라 불리우는 변호사들을 대동하고

그의 DNA와 일치하는 피묻은 장갑을 증거로 제시한 검사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심슨은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1남 1녀의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내였던 여자를 죽이고,

그 여자를 죽이려할 때 참 운 없게도 그 집에 들렀던,

두 사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한 남자까지도 죽여버린 살인마가 돈과 힘으로 법정을 이긴 사건이었다.

 

소크라테스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독배를 마시고 죽어갔다.

그의 재판은 어떠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이다.

곳곳에 전범재판에 대한 내용도 나와있는데,

아무래도 중국인이 가지는 일본인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이 은연중에 배어 있어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심슨의 재판을 맡았던 판사 두 명,

형사재판을 맡았던 사람과 민사재판(민사재판에서 심슨은 살인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다)을 맡았던 사람을 이야기하며

전쟁의 패배를 딛고 일어서 일본인이 미국내에서 얼마만큼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투와 선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주 옛날,

법이 시작되던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법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부터

법이 지향해야 할 부분까지를 담아내고 있으면서

중간중간 법에 대한 특별한 지식없이도 책을 넘길 수 있을만큼의 재미도 같이 담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법이라는 부분에 관한 전체적이도고 포괄적인 것보다는

중국적인 부분에 치우졌으면서도 전체적인 것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고,

앞서 말한바대로 일본인에 대한 중국인으로써의 시각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은 좀 안타까운 점이기도 하다.

 

또한,

진실과 거짓의 끝없는 공방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소크라테스처럼,

결국엔 법을 믿어야 한다는 것,

법이 결국엔 우리를 정의롭게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기 보다는

아직도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가난한 자, 가진 것 없는 자들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지에 대해서 더욱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끝없이 진화하는 법의 이론이라는 것이

만민을 위하여 존재한다고는 하나,

그 자루를 쥔 것이 사람이라는 것에 또 하나의 불신을 확고히 하지 않았나 싶다.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법이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는 현실...

 

그러니 송사는 아니한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지루한 힘겨루기 속에서 몸도 정신도 피폐해지기 일쑤인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이나 법조인에게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내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누구보다 더 진실하고

누구보다 더 정의롭기를 바라는 이유 말이다.

 

법정의 역사가 이 이후에는 끝없는 진실과 거짓사이의 공방이 아니라

법정의 역사는 진실의 승리로 끝이 나기를,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이라면 더 따뜻한 결론이 나기를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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