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
존 번햄 슈워츠 지음, 김원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폭이 넓든, 좁든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관계는 일적으로, 감정적으로 얽히고 얽혀
또다른 감정을 재생산한다.

가족은 어떠한가.
사랑하는 남녀의 결합으로
아이가 생기고, 사랑하는 남녀는 부모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부모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는 것은
사람으로써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며,
그 새로운 탄생은 기존의 나를 확 바꿔버릴 수도 있는
대단한 변화가 될 수도 있다.

여기,
두 가족이 혹은 세 그룹이 있다.
한 가족이었으나 이미 해체되어 버려 한 가족과, 홀로 남은 한 사람이 된 두 그룹과,
행복한 한 가정이었으나, 자녀를 사고로 잃고 해체위기에 놓인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힘겨운 한 가족이 있다.

그들은 타인을 이해하고 용서하기 전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에단러너와 그레이스러너, 아들 조시와 딸 엠마 가족]

늦은 오후 피크닉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엠마를 위해
길가의 작은 주유소에 정차한 에단의 가족.
길가쪽에 서 있던 조시를 미처 길안쪽으로 데려오지 못하고
워셔액을 살피던 에단은 갑작스럽게 커브 바깥쪽에서 달려오던 차가
조시를 붕 날려 수풀 저쪽에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드와이트]
드와이트와 루스와 샘은 한 때 가족이었다.
변호사인 드와이트가 일에 매달려 있는 동안 루스는 노리스와 바람이 났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헤어지자고 말하던 루스에게 화가 나
이전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한 번 더 주먹을 날리는 순간, 그 주먹을 맞은 건
아내 루스가 아니라, 그의 아들 샘이었고,
샘의 여린 턱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렇게 드와이트는 혼자가 되고, 샘과는 각고의 노력끝에 일주일에 한 번
부자지간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신나는 야구관람 후 돌아오던 길에
그 길에서, 내 아들만한 아이를 쳤고, 그 아이는 죽었다.
샘에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었던 드와이트는
고통과 죄의식속에서 자수의 기회를 미루게 되고...

에단과 드와이트의 시점은 일인칭 시점으로
그레이스의 시점은 삼인칭이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씌여져 있어서
더욱 몰입하기 좋은 이야기 구성이다.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죽음은 가족을 해체로까지 끌고 갈만큼
충격이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을만큼의 슬픔이랄까..
그러나 자녀의 죽음 혹은 실종은
가족을 해체로 몰아갈 수 있을만큼의 충격이고, 아픔이다.

더군다나
에단과 그레이스, 엠마는 서로서로
조시의 죽음이 자신에게서 기인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과정 중에서 가족은 모두
타인을 용서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뺑소니를 치고 달아 난 드와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릴 적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를 피해 힘을 기르고,
그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길 바랐던 자신의 경우처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그로 인해 상처를 남겼다는 죄책감 속에서
부자지간을 새로이 형성하고 싶었던 여행길에서
일어난 자동차사고는 피하고 싶은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번민하고 고통받으며 정상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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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호 방갈로에 도착했다. 온통 흰색으로 색칠한 오두막에서는 예정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뒤에는 호수가 있었다. 갓 돌아온 이 겨울에 호수의 색은 더 검어졌고,
내리는 눈으로 표면에는 잔물결이 일었다.
백조들은 없다. 하얀 보트도 사라졌다. 우리가 예전에 왔던 그 장소가 아니다.
내가 굶주린 사람처럼 달려들던 그 추억이 아니다.
내 아들도, 그의 죽음도, 그 어떤 이유도 없는 그런 곳이다.
오직 알려지지 않은 슬픔과 잊혀진 추억억과 비바람에 닳아버린 표지에 대한 수수께끼뿐.
420p 에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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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모든 것은 다 과거의 일이다.
분노와 죄의식에 휩싸여 있던 에단의 가족도 겨울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조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와 남편을, 그리고 남아 있는 엠마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착하던 내 아이의 모든 것을 앗아간 그 사람도 용서하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에단이 총을 겨누고 드와이트를 데려간 곳은
조시가 가장 좋아했던 추억의 장소였다.

그 추억의 장소에서 과연 에단은 드와이트를 용서했을까, 아니면 단죄하였을까??
샘과 조시는 모두 열살이었다.
내 아이는 아홉살.
내 아이가 샘이라면,
혹은 내 아이가 조시였다면..
난 어떠했을런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졌다.
읽는 내내 드와이트의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가해자라는 입장이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이해와
자식을 잃은 그레이스의 마음이 오버랩되어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들의 가장 슬픈 오후는 이제 지나갔다.
그들에게 그 슬픈 오후가 잊혀지길~~
아니,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극복하고 용서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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