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연인 올랭피아
데브라 피너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 이전의 누드화라는 것은 어느 정도 조작되고 연출된 이상적 누드였던 모양이다.

'올랭피아'라는 작품이 전시되자 평론가들과 시인들은 혹평을 금치 않았는데,

전라의 투명한 몸, 머리에 단 커다란 꽃, 흑인 하녀가 들고 있는 커다란 꽃다발까지 그림 속의 모든 요소들이 이 관능적인 여인이 창녀라는 것을 명백히 암시하고 있었고, 침대의 이불조차 여성의 질을 상징하듯 구겨져 있었고, 꼬리를 세우고 몸을 웅크린 고양이는 발기한 남성을 상징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뮤즈는 마네의 또다른 유명작인 '풀밭 위의 점심'에도 등장하는 여인으로,

1860년대 마네의 몇몇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

 

작가는 마네의 모델이었던 여인과 거리의 창녀로 출발하여 황제의 총애를 받는 정부의 지위로까지 오른 한 여인을 결합하여 '빅토린 로랑'이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19세기 파리 미술계를 놀라게 했던 마네라는 화가와 그의 뮤즈였던 여인과의 사랑, 그리고 당시의 예술가들, 정치가들까지 등장시킨 소설을 탄생시켰다.

 

두 명의 이모에게 키워지다 어린 나이에 버림받은 빅토린 로랑.

그녀가 품은 하나의 이상은 파리를 정복하리라는 것.

그녀가 할 수 있는 정복이라는 것은 바로 자신의 능력으로 남자를 휘어잡는 일이다.

자신에게서 음악소리가 들린다는 에두아르 마네를 만나 그의 모델이 되고 그에게도 감정을 느끼지만,

금전적으로 자신을 부유하고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필립을 만나면서 마네와도 갈등을 겪게 된다.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던 19세기에 프랑스 최고 권력자 중 하나인 필립의 여인이 된 빅토린과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출생의 비밀까지, 빅토린은 혼란과 혼란을 거듭한다.

 

주인공이 마네인만큼 19세기를 대표하는 화가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보들레르와 요한 슈트라우스, 드가와 모네, 르느와르, 그리고 나폴레옹 3세와 외제니왕후까지..

그들이 모두 그처럼 알고 지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물론 그들의 관계는 모두 허구이다~)

가끔 전기를 볼 때마다 베토벤의 스승은 하이든과 모짜르트, 베토벤의 제자가 슈베르트와 체르니...

이렇게 위인들이 모두 아는 사이였다는 걸 생각하면 뭐랄까...유유상종이라고 해야 하나...

고흐와 고갱은 함께 지낸 적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걸작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 선 사람들,

극한의 것들은 통한다고 한다더니 이 역시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다른 두 책이 연상되었다.

'진주 귀고리 소녀'와 '황금 물고기'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도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처럼 그림을 그린 화가와 그의 뮤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황금 물고기'의 라일라와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의 빅토린 두 사람은 거친 세상 속에서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으며 성숙한 여인이 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마네의 작품들 중에는 비평가들의 평론만 있고, 그림은 남아 있지 않은게 있다고 한다.

언젠가 그의 남겨진 그림들이 세상으로 오는 날,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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